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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초록빛 별나라의 예술·창작 행성

 

광주 영은미술관

경기도 광주시 시내에서 차로 십여분 떨어진 경안천을 따라 내려가면 초록빛 자연림이 눈을 사로잡는다. 천변을 따라 핀 알록달록한 꽃들은 봄이 완연해 졌음을 알린다. 수려한 풍경들 사이로 현대적인 건물이 시선을 끈다. 산 언저리에 자리잡은건물은 다름아닌 미술관. 광주에 있는 사립 미술관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영은미술관은 그 위용만큼 다양한 예술적 야기들로 가득한 꿈의 공간이다.

울긋불긋 꽃들과 자연림 둘러싸인 곳
전시장과 창작스튜디오 갖춘 문화단지
작가·관람객·평론가 유기적 결합 이뤄

박선주 관장 “작가와 소통 중요시 해”
창작스튜디오 지원자 매년 증가 추세
미술관 창작체험프로그램도 인기 높아

 

 

 

 

미술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푸른 잔디밭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잘 정돈된 잔디밭에 설치된 사과와 장미 모양의 작품들을 통해 이 곳이 미술관임을 알 수 있다. 그 중 붉은 큐브 모양의 작품이 시선을 끈다. 중심점을 기준으로 연결된 큐브는 하나의 꼭짓점이 바깥을 향하고 있다. 안상수 작가가 완성한 ‘열린 큐브’는 관람객, 예술가, 평론가 등 미술관을 둘러싼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공간에서 많은이들이 열린 사고를 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자연 속에 위치한 예술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만나게 될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상상하니 마치 이상한 나라에 발을 디딘 앨리스처럼 설렘이 가득하다.



영은미술관은 설립자인 고(故) 이준영 이사장과 그의 큰아들 고(故) 이상은 회장의 이름에서 한자씩 따왔다.

6·25 전쟁 당시 북한에서 내려온 고(故) 이준영 이사장은 어려운 환경 탓에 배우지 못했고, 사업으로 성공한 이후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을 돕고자 1992년 대유문화재단을 세웠다.

학교나 병원이 아닌 문화예술에 투자한 이준영 이사장은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교육은 문화예술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30여년 전에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대유문화재단은 한국 예술문화의 창조적 활동 및 예술문화 인재양성과 학술진흥활동 지원을 목표로 한다. 형편이 어려운 작가들을 위해 자유롭게 작업하고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지원하겠다는 고(故) 이준영 이사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이러한 기조를 바탕으로 2000년 세워진 영은미술관은 전시장과 창작스튜디오가 어우러진 복합문화단지로 완성됐다.

영은미술관은 미술품의 보존과 전시에 초점을 맞춘 과거의 미술관 형태를 변화시켜 미술관 자체가 살아있는 창작의 현장이면서 작가와 작가, 작가와 평론가와 기획자, 대중이 살아있는 미술(Living Art)과 함께 만나는 장을 지향한다.
 

 

 

 


작가와 대중이 소통하는 공간, 창작 스튜디오

영은미술관 입주작가 프로그램은 장기작가, 단기작가, YAMP(Youngeun Artist Management Program), YAFP(Youngeun Artist Family Program)으로 나뉜다. 입주작가들에게 개인전을 비롯해, 기획전 및 외부 주요전시를 지원하고 평론가 매칭 워크숍도 진행한다.

작가들의 작업과 전시까지 한 곳에서 이뤄지는 영은미술관은 작가들이 상상한 것들이 현실화되는 과정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예술적 체험이 가능, 생생하게 살아있는 예술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박선주 영은미술관장은 대유문화재단 설립자인 고(故) 이준영 이사장의 손자 며느리다. 그는 시할아버지의 뜻을 잇고자 김영순 초대관장에 이어 2대 관장이 됐다.

박선주 관장은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했고, 미술 전문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작가와 미술 전문가들을 만나고 공부하며 관장일을 시작했다”라며 “영은미술관은 창작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미술관과 달리 작가들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편견없이 순수하게 작가와 작품을 대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지금의 영은미술관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영은미술관을 거쳐간 160여명의 작가들은 박 관장에게 가족과 같다. 미술을 막 시작하며 사춘기를 겪는 작가부터 치열하게 고민하며 창작열을 불태우는 작가들까지 영은미술관에서 희로애락을 같이했기에 그럴 수 밖에 없다.

박 관장은 “작가들 대부분은 독특한 자기만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15년간 미술관을 운영하며 수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독특한 관념을 작품으로 완성하는 것을 지켜봤다. 한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그들의 뚝심은 작가로서, 한 개인으로서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한다”라며 “영은미술관은 이러한 예술가들의 장인정신을 마음껏 펼치고 대중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가교역할을 해왔다”고 전했다.

작가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영은미술관 창작 스튜디오는 매년 지원자가 늘어나고 있다. 수요가 한정된 탓에 이목을 끌 수 있는 유명작가를 고려하지 않냐고 묻자, 박 관장은 좋은 작품을 하는, 영은미술관이 꼭 필요한 작가들에게 그 기회가 돌아간다고 강조한다.

박 관장은 “강형구 작가는 영은미술관에 들어오기 전에는 한작품도 팔리지 않았을만큼 힘든 시기에 우리와 만났다. 그러나 이 곳에서 자신을 단련하며 계속 작품 활동을 한끝에 뒤늦게 빛을 보게된 케이스”라며 “자신만의 예술적 철학과 영은미술관에서 하고자 하는 확실한 계획과 열정이 있는 작가라면 유명한 것과 상관없이 누구나 입주작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편견없이 작가를 대하는 박 관장의 안목 덕분에 영은미술관에서는 장르나 성향에 상관없이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 시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들은 영은미술관의 기록이자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가 됐다.

 



미술관을 백배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영은미술관은 훌륭한 인적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에 인프라 있기에 전시 외에 프로그램도 알차게 운영된다.

공방작가와 함께 도예와 판화를 직접 체험하는 체험학습을 비롯해 여름·겨울방학 프로그램으로는 현대미술 작가와 직접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작가의 작품을 연계로 한 특별한 창작체험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이어진다.

1박 2일간 진행되는 아트캠프도 인기가 높다. 미술관에서 숙식하며 매회 다른 테마로 다양한 놀이와 체험활동을 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작가와 함께 깊이있게 소통할 수 있어 의미를 더한다. 작가들의 스튜디오를 탐방하는 ‘예스데이’도 영은미술관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또한 작가와 외부강사를 초빙해 전시를 관람하고 작가가 작품을 만드는 방법을 보고 배우며 직접 창작활동을 체험하는 창의체험도 진행된다.



 

“관람객들이 작품을 보고 평안을 얻고 행복한 기분을 느끼고 갔으면 좋겠다”는 박선주 관장의 말처럼 영은미술관에서는 365일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떠나지 않고, 작가들의 뜨거운 창작열을 느낄 수 있다. 30여년전 설립자가 꿈꿨던 영은미술관의 모습이 2017년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미술관 문을 열며 다짐했던 초심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영은미술관이 100년 뒤에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남아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이유다.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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