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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고귀한 선물

 

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대통령이 간단한 취임식으로 업무를 시작하는 날이라 티브이 뉴스는 온통 신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이다. 과반 득표는 못했지만 2등과의 표차는 역대 최대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신임 대통령의 국민을 향한 애정표현과 다가서는 모습은 가히 파격적이다. 나라의 중요한 일 못지않은 우리 집안에는 더욱 중요한 일이 있었다. 집에서 대기하며 전화 오기만을 기다리던 아내가 3시쯤 현장으로 찾아와 연락이 왔다고 출발을 하잔다.

자동차를 몰고 달려보면 경춘 국도의 절경은 언제나 아름답다. 신록으로 푸르러가는 나무들은 어제 내린 비 덕분인지 봄바람에 흥을 돋우며 춤을 추어댄다. 축복이다! 축복! 이런 축복은 보통 축복이 아닌 듯 싶다. 이런 계절 이런 날에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선물을 받다니 이보다 더 큰 축복이 어디 있으랴.

환하게 웃는 며느리는 예뻤다. 무척 힘들고 고통스러웠을 터인데 얼굴에는 미소와 뿌듯함으로 우리를 맞아주며 할머니 할아버지 되신 거 축하드려요 하며 슬쩍 작은 봉투를 아내에게 건네며 나중에 보세요 한다. 산모복을 입고 있는 며느리의 모습이 예쁘다 못해 한없이 고맙기까지 했다. 그간에 봐온 며느리가 아닌 뭔가 딱히 집어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아이가 있던 자리에 모성애로 채웠는지 산모 특유의 믿음과 결의가 있는 듯했다. 아내는 연실 며느리의 손을 잡고 토닥이며 수고했다 고맙다 힘들었지 하며 시어머니로서의 관심과 사랑을 최대한 표현하는데 언젠가 본 듯한 정경이다. 어디서 봤지 어디서 봤는데 생각을 해보니 35년 전에 아내가 첫째 놈을 출산했을 때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때 한없이 흐뭇해하시면서 세상에 없는 며느리 사랑을 베푸셨던 어머니다.

한참을 병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면회시간이 되어 3층 신생아실로 가서 손주와 첫 대면을 하였다. 그야말로 역사적인 만남이다. 아내는 본인이 자식을 낳았을 때보다도 더욱 흥분되고 좋은가 보다. 아기 바구니에 담겨 있는 신생아들이 유리창 넘어에서 시선을 끌고 있었는데 유독 큰 놈이 우리 손자란다. 아내는 연실 싱글벙글하며 고놈 잘생겼네. 엄청 크네. 한다. 내가 봐도 다른 아이들보다 크기는 크다. 그래서 그런지 강보에 싸여 있는 신생아중에 울음소리도 제일 큰 것 같고 잘생겨 보이기는 했다. 신생아실 입구 벽에 아이들 사진과 함께 사연이 적혀 있는 것을 보니 미숙아로 태어나서 병원에서의 여러 날 지극정성 치료에 의해 정상적인 체중이 되어 집으로 가서 잘 자라고 있다는 아이들의 소식이다. 그런 사연들을 보면 우리 며느리가 큰일을 한 것이 여간 고맙고 대견하기 이를 데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면회시간이 끝나 커튼을 내리는데 나도 모르게 소원 하나를 빌었다. 부디 우리 손자뿐만이 아닌 오늘 본 신생아들 모두가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게 해주십시오.

5층 입원실로 다시 올라와 며느리에게 몸조리 잘하라고 당부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며느리에게서 받은 편지를 읽는다. 세상에 이런 며느리가 어디 있어 하며 내게 편지를 보라며 건넨다. 겉봉투에는 큰 글씨로 “감사합니다” 이렇게 쓰여있고 속지에는 아래와 같이 쓰여있다.

“어머님 아버님! 저희가 드디어 부모가 되네요. 늘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되신 것 축하드려요. 좋은 부모가 되도록 노력할게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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