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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상]정도전과 이방원의 통치관

 

 

 

봄이 무르익는 5월에 우리는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했다. 그런 만큼 이번에는 새로운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른듯하다. 대통령의 통치철학은 무엇이며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와 궁금함이 교차하는 것도 사실이다. 언제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될 때는 기대도 크고 통치방법도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과거 조선 건국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쓴 정도전과 이방원이 통치방식을 두고 충돌한 일은 오늘날에도 참고할만한 거울이 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정도전과 이방원의 대결은 기본적으로 정권욕이라는 요소가 강하게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두 사람은 통치관에서 나름 철학적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정도전은 정치가 윤리와 도덕에 기반을 두고 실현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통치자는 이를 실현할 만한 자질이 있어야 하고, 신분을 뛰어넘어 누구든 교육을 받아 온전한 통치자가 될 수 있다는 사상이었다. 정치를 행함에 있어서 백성을 근본으로 삼고 백성을 위해야 하며, 이것이 윤리도덕을 실천하는 정치라고 믿었다. 이를 소홀히 하면 민심을 거스리는 것이고, 통치권은 다른 덕 있는 사람에게 이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통치체제도 임금이 아닌 재상 중심의 기능적 분담과 처결을 주장하였다. 그리고 통치하는 자들의 부정을 막기 위한 어사대의 감찰기능을 강화하고 정치를 기탄없이 비판할 수 있는 언관의 자유로운 활동도 강화하였다. 오늘날로 보면 나름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관료중심의 통치체제를 구상한 것이었다. 여기에 국외적 시련이 닥칠 때, 이를 극복하여 국가의 자주성을 확립하는 것도 백성을 위한 정치의 기본으로 간주하였다. 강대국과의 외교에 있어서 자주권을 지키면서 정신적·문화적으로 동질의식을 확보하고자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이방원은 조선건국의 주역 중의 한 사람으로서 실질적인 왕권계승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 이유로 조선이라는 나라의 기틀이 자신이 속한 왕조 중심으로 단단히 서주기를 희망하였다. 고려가 망한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왕권이 신권에 비해 약했다는 점을 적시하고, 유학의 왕도정치를 활용하여 오히려 절대적 왕권을 꿈꾸었던 것이다. 실제로 왕으로 등극한 후, 의정부서사제를 폐지하여 의정부 기능을 약화시키고, 왕이 직접 육조를 관장하는 육조직계제를 실시하여 국왕 중심의 국정운영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이방원의 통치철학은 후대에까지 줄곧 이어가지는 못했다. 예를 들면 태종 다음으로 등극한 세종대왕은 육조직계제 대신 의정부서사제를 부활시켜 다시 의정부 기능을 강화하였다. 그 후로는 왕들의 성향과 정치 환경에 따라 육조직계제와 의정부서사제는 오락가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정도전의 통치관은 재상을 중심으로 한 신료에 의한 통치와 인의와 도덕을 강조한 위정자의 역할을 강조하였고, 이방원의 통치관은 강력한 왕권확립을 바탕으로 안정된 나라운영을 강조하였다. 신권중심의 통치관과 왕권중심의 통치관이 정면으로 부딪혔고, 이것은 어쩌면 물과 기름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양극단은 오히려 통한다고 하였다. 극단적인 것처럼 보이는 통치관을 한걸음씩 양보시키면 절묘한 시너지효과가 나올 수 있는 정치가 가능할 수 있다. 즉, 둘 다 백성을 위한 정치체제를 지향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게다가 왕이든 신하든 간에 자신들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답은 나와 있다. 백성을 위한 정치를 지향하면서 왕과 신하가 권력이 아닌 백성을 향해 서 있다면 자신만의 권력유지에 골몰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제는 제왕적 정치체제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그런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즈음에는 갖가지 비리가 터져 나왔다. 국민을 기대에서 실망으로 바꾼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정치체제도 문제지만, 그것을 운용하는 통치자의 소프트웨어, 즉, 마음자세가 더 중요하다. 비록 정체제도가 권력집중을 가져오도록 만들어졌더라도, 소통과 겸손의 자세로 임한다면 얼마든지 좋은 결과를 창출할 수 있다. 근본 마음이 옳곧이 국민에게 향해 있다면 체제나 법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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