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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서로 배려하라는 부부관계의 표현이 많이 전해지고 있다. 남편이 노래하면 부인이 따라한다는 부창부수(夫唱婦隨), 거문고와 비파를 타듯 한다는 여고금실(如鼓琴瑟), 평생을 함께 늙어간다는 백년해로(百年偕老), 하늘이 맺어준 배우자라는 천정배필(天定配匹) 등등.

당나라 때 시인 백낙천은 장한가에서 서로 사랑하는 부부가 영원히 헤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을 이렇게 노래하기도 했다. ‘在天願作比翼鳥(재천원작비익조/하늘에선 원컨대 비익조가 되고요), 在地願爲連理枝(재지원위연리지/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길 바라요.)’

비익조는 전설 속의 새이다. 이 새는 눈도 하나요, 날개도 하나뿐이다. 그래서 암수 한 쌍이 합쳐야만 양 옆을 제대로 볼 수 있고 날 수도 있다. 또 연리지의 리(理)는 ‘결’이라는 뜻이다. 나뭇결이 연결된 가지를 말한다. 뿌리가 서로 다른 나무가 허공에서 만나 한 가지로 합쳐진 나무이다. 부부는 비록 다른 집안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랐지만, 결혼을 해서 한 가정을 이루게 되면 연리지처럼 한 몸을 이루어, 비익조와 같이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 준다는 뜻이다.

하지만 둘이서 하나가 되는 일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부부관계 만큼 얄궂은 게 없다. 만남의 행복과 헤어짐의 불행이 늘 공존하면서 경우에 따라선 한없는 행복을, 때론 비참한 불행을 가져다주고, 소홀하게 대하면서도 서로 가장 미더워 하고, 자랑하지 않지만 가장 소중히 여겨서 더욱 그렇다. 부부관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칼로 물 베기’라는 표현도 이 때문에 나왔다. 살 붙이고 살면서 피할 수 없는 것이 부부싸움이고 다시 안 볼 양 다투다 어느새 살갑게 지낸다고 해서 붙여진 표현이다.

어제(21일)는 둘이 하나가 된다는 ‘부부의 날’ 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부부싸움의 양상이 점점 폭력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와 우릴 슬프게 했다. 부부 모두에게 고통을 주는 폭력, 매 맞는 아내(신고 건수(1만2천307건)가 남편(신고건수 1천182건) 보다 10배 이상 많다는 사실이 아니더라도 평생을 의지해 살아가야 하는 부부 사이의 삭막함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정준성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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