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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다툼을 하는 선거는 예외없이 패자를 만들어 낸다. 그런 의미에서 선거는 민주적인 절차지만 동시에 비극적이다.
얼만전에 한국문인협회 임원선거가 있었다. 등록된 회원이 4천234명에 달하는데다 서울과 지방에 분산돼 있어서 한 곳에서 투표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래서 서울 거주자는 문협본부에서, 지방 문인들은 우편으로 투표하는 이원제 투표를 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투표는 끝났고, 문인을 대표할만한 인사들이 임원으로 선출됐으니 더 말할나위 없다.
아쉬웠던 것은 선거에 관한한 문인도 초연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선거를 앞두고 전화가 빗발치고, 새로 펴낸 작품집을 보내 오는 등 ‘한표’를 부탁하기는 정치선거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것도 잠시. 선거가 끝나면 의례 날아오는 것이 인사장이다. 물론 한표를 부탁했던 사람들이 전부 인사장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열의 다섯은 경황이 없어서인지 종무소식이고, 나머지만 인사장을 보낼 정도다. 그 가운데 색다른 인사장이 있어서 소개하면 이렇다.
“복사꽃 피는 봄날입니다. 가정에 행복이 삼태기로 하나 가득 차길 빕니다. 이번 분과회장선거에 불초소생을 당선시켜주신데 대하여 머리숙여 고마움을 드립니다. 저를 당선시켜주신 선생님의 뜻은 첫째 저더러 더 좋은 수필을 쓰라는 것과, 둘째 한번만하고 그만 두라는 것과, 셋째 ‘할 것’‘안할 것’가려 화끈하게 일하라는 뜻으로 받아 드리겠습니다.(중략) 저에게 한표를 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저에게 표를 안 주신 분을 더 사랑합니다. 도창회 올림.”
과연 문인다운 인사장이 아닌가.
문인도 인간이기에 애증(愛憎)이 없다면 거짓일 것이다. 그런데도 표를 안 찍어준 사람을 더 사랑한다고 했으니 이 얼마나 초연한 인간관인가. 문학이 아름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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