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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구칼럼]기쁨과 짜증

 

기쁨의 반어가 슬픔이나 분노일 수 있지만 짜증일 수도 있다. 문재인의 대통령 당선에 혹자는 기뻐했고 혹자는 짜증을 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인해 대부분의 국민이 분노를 했으나 그래도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의 40% 이상이 기뻐했으니 어느 정도 위로가 된 셈이다. 물론 끝까지 더 짜증을 내고 있는 국민들도 있을 것이다. 언젠가부터 대수롭지 아닌 말과 사건을 대할 때 마다 말끝에 ‘아 짜증나네’라고 말하는 것이 유행인 적이 있다. 정말 짜증이 나서 내뱉는 말도 있겠지만 습관처럼 접미사로 사용하고는 했다. 기뻐하며 살아보았던 기억이 가물한 탓인지 요즘은 아주 사소한 일에도 ‘아 짜증나네’라는 말을 함으로써 주변에 웃음을 주어 주변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경우도 더러 있다. 광화문 촛불은 국민들의 분노를 축제로 승화시켰고 시위 후 맥주 한잔이 이를 더 했다. 큰 축제이든 작은 축제이든 축제는 짜증을 기쁨으로 반전시키고 활력을 주어 살맛나게 하는 특성이 있다.

우리 선조들은 농주 한잔에 간단한 가락과 춤으로 힘들고 괴로운 노동을 기쁨으로 맞이했다. 어쩌면 시청 광장에서 태극기를 흔들던 사람들도 그들의 슬픔을 그런 식으로 극복하려고 했을지 모른다. 태극기와 촛불, 이 둘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물이며 단어다. 태극기는 촛불이 싫었고 촛불은 태극기를 어처구니 없어했다. 태극기는 대한민국의 상징이며 우국의 상징이다. 그런데 우국이라면 왜 반미를 하지 않고 성조기를 함께 들었을까 알 사람은 다 안다. 미국을 사랑하는 것이 곧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것이며, 미국이야말로 지상에서 대한민국을 영원히 지켜줄 유일한 나라라고 믿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성조기 외에도 영국, 호주 등 한국에 우호적인 여러 나라 국기가 있는데 유독 성조기만 나부끼는 것은 한국동란의 영향과 우리가 의존해야 할 가장 강대국이라는 확신때문이다. 아무리 힘이 없는 나라라고 할지라도 성조기까지 동원한 의도는 그저 추측이지만 친미야말로 국가안보를 굳건히 하는 유일한 길이며, 대통령을 탄핵하면 적화통일이 될 수도 있다는 그런 스토리에 의한 것이었을 것이다. 이럴 만큼의 자존감을 갖은 국민이라면 대한민국이 미국의 한 주가 된다고 해도 마다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시청 광장에서 한 손에는 태극기, 한 손에는 성조기를 든 한국인들을 바라보는 외국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지 퍽 궁금하다. 그리고 가끔 성경책도 등장했다.

분단 64년이 되었는데도 여전한 것은 북한의 핵 위협 때문이라고도 한다. 어쩌면 긴 세월 반공이 정권유지의 큰 몫을 해온 탓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드배치, 위안부, 일자리 창출 등 다급한 문제들의 해결이 문재인 정부로서는 큰 과제이다. 북한은 보란 듯이 연일 미사일을 쏘아대고 있고 강대국들은 그 밤톨만한 북한을 어찌할 바 몰라 협박만 하고 있다. 자칫 전쟁이 발발할 것만 같은 분위기에 재외한인들은 걱정이 태산 같은데 정작 대한민국 국민은 일상에서 별다른 위기의식을 갖고 살지는 않은 듯하다. 향후 한국인으로서 후손들을 위하고 동시에 짜증을 줄이며 살아갈 수 있는 길은 여전히 평화통일이다. 평화통일이 꿈같은 소리일지 모르나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지나치게 먼 훗날도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다.

통일을 가로막는 것은 정작 주변 강대국이라는 말들도 있다. 강대국들의 정치적 세력다툼까지 국민들이 일일이 셈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국민을 대신하여 이런 셈을 지혜롭게 하여 평화통일을 이루도록 해야 할 책무가 있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발발하게 된다면 국민들은 방법 없이 감내하겠지만 한국동란을 겪은 어르신들도 극한 대립으로 대응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라는 마음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두 주간의 행보는 국민들에게 상당히 기대와 기쁨을 주고 있다. 이 기쁨이 5년 내내 이어져 부디 평화통일까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지금의 불안한 상황에서 이민을 생각하거나 일상용품을 비축하려는 짜증스런 국민들도 더러 있을 것이다. 대통령의 제1의 책무는 국민들의 짜증을 기쁨으로 승화시켜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통일이 되면 이 모든 문제들이 대부분 해결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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