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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소리의 정면

 

소리의 정면

                                                  /박지웅



명수우물길에 사는 아낙은

소리에 이불을 덮어씌우고, 한다

그 집 창가에 꽃이 움찔거리면

어쩔 수 없이 행인은

아낙이 놓은 소리의 징검다리를

조심스럽게 건너야 한다

생각지도 않은 오후,

악다물고 움켜쥐다 그만 놓쳐버린

신음과 발소리가 딱 마주친다

아, 서로 붉어진다

소리의 정면이란 이렇게 민망한 것

먼저 지나가시라

꽃은 알몸으로 창가에 기대고

나는 발소리를 화분처럼 안고

조용히 우물길을 지나간다


 

어릴 적 숨바꼭질을 하다 숨어들어간 집에서 흘러나오던 소리가 있었다. 소리를 듣다말고 나와 일부러 술래에게 들켰던 날이었다. 아이는 소리에 발각된 것처럼 죄인이 된 것처럼 한동안 이웃 아주머니의 얼굴을 바라보지 못했던. 시의 행인이 맞닥뜨린 소리가 그러하다. 행인도 소리에 발각되어 버린 것. 죄도 아닌데 죄인 것처럼 행인의 발걸음을 들어 올리고 있다. 그 난처함을 어떻게 하나. 행인은 꽃을 끌어들여 공범을 만든다. 소리를 어떻게든 에돌아가야 한다. 들키지 않게 귀가 붉어지지 않게 말이다. 발걸음을 조율하는 마음의 씀씀이인 것이다.

/김유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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