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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박병두

해남에 가면서

해남에 가서 돌아오지 않는 그를 추억한다.

단숨에 청춘을 마셔버리고

낡은 지느러미를 푸덕이며

내가 말없이 거리를 박차고 떠난 날에는

첫눈이 이념같이 끝없이 내렸다

내가 먹처로 도착한 터미널까지 미행했던 어두웠던 날

생이란 어차피 모천을 찾아가는

연어 한 마리의 일생 같은 것이라며

해남을 향해

끝없이 저물어가고 싶다던 너의 말에

누구나 네가 떠날 것을 예감했지만

그렇게 빨리 떠날 줄은 몰랐다

(중략)

거친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같이

너처럼 가뿐 숨을 몰아쉬고 해남 찾아가는 길

끝없이 비내리고 있다는 해남에는

저녁밥 짓는 연기가 자욱하겠다.



- 박병두시집 ‘해남가는 길’ / 고요아침·2013

 

 

 

박병두 시인의 시편에는 고향과 어머니, 타향살이와 자신을 노래하지만 그 것은 결국 본향에 대한 귀소의 서정이 대주제를 이루고 있다. 연어의 귀소(歸巢)는 생사를 초월하여 생명을 이어가는 기억에 대한 순종의 습성이다. 사람은 더러 숙제처럼 고향을 찾지만 그곳에 머물 수없는 방랑벽에 다시 떠날 수 밖에 없는 자신을 아프게 추억하게 된다. 문득 청춘을 다 마셔버리고 제 뜻대로만 유영했던 삶의 지느러미도 낡아 갈 무렵 인생들도 연어처럼 가뿐 숨을 몰아쉬며 해남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이 시는 우리가 영혼과 몸이 함께 본향을 찾아갈 때 비로소 눈은 녹아 비로 내리고 고향집 따뜻한 저녁 온기를 느끼게 해 주고 있다.

/시인 김윤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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