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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극심한 봄 가뭄

비가 하늘의 뜻으로 내려지는 것이라 여긴 옛사람들은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지냈다. 조선의 임금 중 기우제를 가장 많이 지낸 이는 태종이다. 재위 18년 동안 한 해를 빼고는 매년 기우제를 지냈다. 그는 죽음직전에도 비를 내려달라고 기원했다고 한다.‘임하일기’엔 태종의 이 같은 절박함을 표현한 글이 기록돼 있다. “날씨가 이와 같이 가무니 백성들이 장차 어떻게 산단 말인가. 내가 마땅히 하늘에 올라가서 이를 고하여 즉시 단비를 내리게 하겠다.” 태종의 지성이 하늘을 움직였는지 이튿날 승하하자 큰 비가 왔다고 하는데, 이후로 매년 태종 기일인 음력 5월10일 비가 내렸으므로 사람들이 이를 ‘태종우(太宗雨)’라고 불렀다고 한다.

가뭄에 선조들은 이처럼 종교 문화적으로 접근, 반응했다. 비를 기다리는 일 외에는 당장 뾰족한 방법이 없는 현실을 하늘에 의지해 타개하려는 눈물겨운 고육지책이 아닐 수 없다. 역사도 근 2천년이나 됐다. 규장각에는 인조부터 고종까지 253년간 행한 1천811건의 기후의례를 담은 ‘기우제등록’이 전해진다.

기우제 풍습은 우리나라 뿐 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공통이다. 중세 영국에서는 대기를 흔들어 비를 만들려고 마을 교회의 종이나 큰 북을 모두 울리기도 했다. 그중 ‘인디언 기우제’는 꼭 비를 부르는 영험함으로 유명하다. 비결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이어가는 끈질김이라나. 그 후 세월이 흘러 1947년 과학적으로 비를 내리게 하는 인공강우가 성공했지만 환경 등 인공적인 조절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쓰지 않는다.

요즘 기우제라도 지내야 할 정도로 봄 가뭄이 극심하다. 29일 현재 전국 저수율은 59.5%로 평년(72.5%)보다 턱없이 낮다. 기본적으로 강수량 자체가 적은 게 가장 큰 이유다. 올 들어 서울·경기 누적강수량은 122㎜로 평년(243.6㎜)의 절반(50.2%)에 그쳤고 전남 158.6㎜, 강원 144.6㎜, 충남 152.3㎜, 충북 157.7㎜ 등도 50% 안팎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농촌현장에는 ‘물 구하기 전쟁’이 한창이다. 해마다 홍역을 치르는 봄 가뭄, 국가적 대책은 정말 없는 것일까.

/정준성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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