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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의 世上萬事]사드 보고 논란, 군(軍) 개혁의 빌미 되나?

 

최근 불거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보고 누락 파문’이 점입가경으로 흘러갈 조짐이다. 난데없이 ‘알자회’니 ‘독사파’니 하는 육군 내의 사조직이 연루됐다는 얘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사드 추가 반입 보고 누락 과정과 관련해 세 가지 국내 문제가 있다. 알자회라는 육사 34기부터 43기까지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군내 핵심 보직을 자기들끼리 돌리며 이러한 일을 처리했다”고 말했다.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과 같이 독일 육군사관학교 유학을 갔다 온 이른바 ‘독사파(獨士派)’ 인맥도 지목했다. 국방부는 즉각 “군 내에서 파벌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부인했다.

앞으로 조사가 더 진행돼봐야 하는 일이지만 김영삼 정부시절 ‘하나회’ 척결 파문이 재연되지나 않을까 관심이 증폭된다. 사드 보고 누락이 자칫 군부 내 사조직 척결의 신호탄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직접 전화까지 하면서 사드 보고 누락 문제를 확인한 이면에는 군부 내 사조직을 척결하겠다는 의지가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문 대통령은 야당 국회의원 시절인 지난 2015년 10월 육군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군내 왜곡된 서열문화를 바로잡기 위해선 장교의 특정출신 서열화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기에 더 그렇다. 지난 4월로 예정된 장군인사가 대통령 선거로 미뤄진 시점에서 이 참에 군 전체에 팽배해 있는 진급에 대한 불만을 해소해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특히 육군 내에서 이른바 진골이나 성골로 분류되는 육사 출신들의 진급 독식 구조를 개선해 숫자가 훨씬 더 많은 비육사 출신 장교들의 불만을 해소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최근 검찰과 청와대 비서관, 장차관 인사에서 보듯이 전방위의 개혁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는 시각도 있다. 김영삼 정부에서 육군소장 출신을, 노무현 정부에서는 해군 중장 출신을 국방장관에 임명한 파격도 있었다. 문 대통령의 뇌리에도 특정 출신의 독식 구조는 막아야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는 앞으로 있을 국방장관과 군 수뇌부 인사에 어떻게 반영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관심의 초점이다. 특히 현재 8명의 대장 가운데 호남 출신이 단 한 사람도 없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모든 사회가 그렇듯이 학맥과 인맥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뿌리깊은 인식이다. 정부 요직이나 검찰 등에서도 역시 학연이나 지연, 혈연은 무시할 수 없는 관행이다. 군도 예외는 아니다. 공군과 해군장교의 대부분은 사관학교 출신들로 구성돼 있지만 육군의 경우 육사 이외에도 3사 학군 학사 등 다양한 출신들이 포진해 있다. 그러나 대령 이상의 고급장교와 장군은 육사 출신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육군은 해마다 55~60명의 장군이 탄생한다. 그중에서 육사 출신이 80%에 이르는 45명 이상이고, 3사 6~8명, 학군은 많아야 4~5명이다. 학사 출신은 1명 또는 없을 때도 있다. 이같은 육사 출신 장군 진급 편중은 해마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되지만 개선되지 않는다.

지난해 하반기 학군 출신인 대학 후배가 사단장 진출에 실패했다. 12명의 소장 진급자 중 10명이 육사 출신이고 학군과 3사는 각 1명씩이었다. “학군 출신이 장군이 된 것만도 감사한 일입니다. 육사 출신은 애초부터 직업군인이 되려고 한 사람들 아닙니까.”라고 겸손해 하면서도 얼굴에는 못내 아쉬움으로 가득찬 듯 했다. 군이나 공무원 조직, 사회 모두 진급은 자신의 공을 인정받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며, 앞으로 더 큰 역할을 수행해 보라는 조직의 기대가 반영된 명령이다. 공무원들 꿈의 첫째가 승진이고 그 다음이 영전, 포상이듯이 철저한 계급사회인 군인에게 진급은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강한 군대가 되기 위해서는 특정 집단이나 특정 출신이 진급을 독식하는 순혈주의는 없어져야 한다. 군은 사기(士氣)를 먹고 사는 조직이기에 더욱 그렇다.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투명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취임사가 군에서도 당연히 적용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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