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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희로애락 함께한 ‘친구’… 전통 악기 多 모였다

 

파주 헤이리마을 세계민속악기박물관

악기는 인간 목소리를 제외한, 음악을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기구로 정의된다. 인간의 영적인 부분을 가장 크게 자극하는 감각이 청각이기에 악기를 활용한 음악은 종교적인 의미로 사용됐고 인류는 구석기 시대부터 악기를 다뤘다. 민족을 언어를 사용하는 기준으로 나눈다면 세계에 약 6천500개 정도가 존재하며 이중 대부분의 민족이 악기를 사용하고 있다. 춤 동작에 수반되는 박수나 발 구름 등 인간의 신체를 소리 내는 도구로 사용한다면 모든 인간이 악기를 사용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악기는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종교적인 의미 뿐만 아니라, 감상을 위해 혹은 노동의 효율성을 위해 인류는 악기를 사용한 것이다.

120여개국 민속품 등 5천여점 모아
이영진 관장, 악기에 매료돼 집중 수집

30여년간 모은 악기만 무려 2천여점
2003년 파주 헤이리에 박물관 건립
“음악 분야 서구 편향적… 안타까워”

청소년들 직접 체험할 프로그램 구성
초등학생 대상 ‘박물관 캠프’ 운영
다양한 문화, 배움의 장소로도 유익


우리는 교과서를 통해 각 나라를 대표하는 몇 가지 악기를 배울 뿐, 민족마다 어떤 악기를 사용하며 어떤 소리를 내는 지, 무엇으로 만들었는 지 알기 어렵다.

파주 헤이리마을에 위치한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은 각 민족의 악기를 전시, 그 문화를 심도있게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은 세계 120여개국의 민속악기, 전통인형, 민속품, 사진·음반, 영상물, 서책 등 민족지학적 관련 자료 5천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 악기 전문 사립박물관이다.

수집에 취미가 있었던 이영진 관장은 인형부터 민속품까지 다양한 소품을 모았고 특히 악기의 매력을 발견하고 집중적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이 관장은 “구 소련 시절 해외에 체류하면서 주변국인 우즈베키스탄에 들렀다가 루밥이라는 악기를 보게 됐다. 기존에 알았던 현악기와 비슷하지만 우즈베키스탄의 색이 담긴 아름다운 형태에 매료됐고 이후 유럽, 동남아시아를 다니며 갤러리, 시장 등 악기를 살 수 있는 곳은 모두 찾아다니며 악기를 수집했다”고 전했다.

 


30여년간 꾸준히 수집한 악기는 2천여점에 달했고, 좀더 효과적으로 수집품을 활용하기 위해 2003년 파주에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을 건립했다.

그는 “우리는 클래식 음악이라고 하면 서양의 것만을 떠올리기 일쑤다. 특히 음악 분야는 일방적인 서구 편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음악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인식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는 게 안타까웠다”라며 “세계에 대한 균형적인 시각과 지구촌 각 민족에 대한 객관적인 관찰을 악기와 관련된 문화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역할을 하고자 박물관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음악은 인간 신체가 문화적으로 겪는 경험과 사회 속 개개인들이 겪는 경험의 단면을 표현하기 때문에 악기의 의미나 장식적인 표현에 사고방식, 가치체계가 반영돼 있다. 지하 1층에 상설전시실에서는 전세계에서 사용했던 악기 800점이 전시돼 각 나라의 문화와 가치관을 배울 수 있다.

인도의 마유리(타우오스)는 공작새의 형상을 하고 있고 몽골의 마두금은 말머리 모양으로 장식했으며, 파푸아뉴기니아의 세픽 플루트(sepic flute)는 새의 모양이 많이 나타난다. 중국이나 한국에서 사용하는 축, 어는 호랑이나 거북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유럽이나 중남미 지역에서 만든 흙피리 종류에서는 새의 형태가 많은데 사냥하는 새나 동물을 부르는 용도로 사용한 악기들은 새 생김새나 관련 있는 동물 모양을 모방한 것이 많다.

한편 남아메리카에서는 아스텍 신전의 신의 형상에 영감을 얻은 도마뱀, 뱀, 악어, 표범 같은 동물이나 복합 형태로 창조적인 동물 형상을 표현한 것도 나타난다.

전시장 입구에 세워진 슬리트 드럼(Slit Drum)도 흥미롭다. 속이 빈 나무통 모양에 사람의 얼굴을 새겨넣은 이 드럼은 트리 드럼(Tree drum)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속이 파인 나무통은 영혼이 담겨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무통은 원시부족 남성의 몸체를 나타내며 다산과 힘의 상징으로서 남근 모양으로 만들기도 한다. 또한 희생제 때에는 나무통에 곡식이나 피를 부어 넣는 통의 역할도 했다. 한편 여성의 자궁처럼 그 안에 생명을 품고 소리통의 울림으로 반향음을 내면서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다. 현대까지 사용되는 슬리트 드럼은 신호 전달의 역할을 하고 있다.

각각의 악기들은 역사적 가치가 있는 것 뿐 아니라 현재에도 사용되는 것들까지 다양하다. 특히 몇몇 악기는 관람객이 체험해볼 수 있도록 공개해 전시를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다.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은 다양한 악기를 보유하고 있게 때문에 어린이 및 청소년들이 직접 악기를 체험해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알차게 구성됐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박물관 캠프’는 전시품을 감상하고 문화권별로 나타나는 세계의 문화적 특성과 생태의 특성에 따라 만들어진 악기의 형태와 기능을 관찰하는 시간을 갖는다. 다양한 악기들을 관찰하며 소리내는 방법과 재료를 알아볼 뿐 아니라 공통된 문화와 생태를 발견할 수 있어 교육적으로 유익하다.

5세 대상 ‘소리내는 방법이 달라요’와 중학생 대상 ‘아름다운 소리를 찾아서’도 진행돼 문화권마다 다르게 전해지는 아름다운 소리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취미로 사모은 수집품에서 시작한 박물관이지만 아이들이 좀더 다양한 문화를 악기를 통해 배웠으면 좋겠다는 이영진 관장의 열정이 지금의 세계민속악기박물관을 만들었다. 실제로 이영진 관장은 박물관을 세운 이후 민속악기 공부에 매진, 5편의 학술논문을 발표하기도 했으며 2016년에는 전국 등록 사립박물관 대상 평가인증제 시범운영 우수사례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영진 관장은 “교과서에서는 배울 수 없는 다양한 악기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체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이 박물관의 가장 큰 장점이다. 악기 뿐만이 아니라 문화를 배우며 아이들이 이곳에서 다양한 사고를 기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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