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숨n쉼]러시아 한국청소년문화교육센터 ‘난(蘭)’

 

1997년 설립된 재외동포재단이 창립 20주년을 맞아 6월27~29일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서 개최하는 2017 세계한인학술대회는 ‘역사적인 행사’가 될 전망이다. 전 세계의 한인연구자뿐만 아니라 NPO 활동가들도 대거 참가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행사를 공동개최하는 재외한인학회는 오래 전부터 재외한인사회의 현장에서 한인사회뿐만 아니라 현지 지역민에게 한국(한국어, 한국문화 등)을 알리는 시민단체 관계자와 국내외 연구자들의 만남과 교류를 추진해 왔는데, 이번 행사로 그 결실이 맺어진 것이다.

한국외대 대학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BK21+ 에스닉-코리아타운 사업단은 러시아/CIS 지역세션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데, NPO 기관의 하나로 상트페테르부르크 한국청소년문화교육센터 ‘난’ 등을 초청했다. 센터 ‘난’은 1995년 10월 고려인들의 잃어버린 말과 문화를 되찾기 위해, 한인선교사의 도움을 받아 9명의 고려인들이 모여 한민족한글학교라는 이름 이래 한글반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현지 러시아학교 교감인 이 나탈리야가 그 뒤를 이어 받아 2000년도에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에 공식 비영리(NPO) 단체로 등록하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센터 ‘난’은 한국인 유학생 신분으로 한국어교사로 자원봉사를 시작했던 윤희만이 센터장을 맡고 있다.

센터 ‘난’은 2010년에 대한민국 총영사관에 한글학교로 정식 등록이 되었고 이후 재외동포재단의 지원을 받고 있다. 한글반으로 시작한 센터 ‘난’은 한국문화를 배우고 싶다는 회원들의 요구에 의해 ‘아리랑 문화교실’을 열고, 이를 발전시켜 2001년에는 풍물패 한누리와 2003년에는 한국 무용반 소운을 개설하였다. 풍물패 한누리와 소운 무용단은 매년 설날과 추석에 지역의 고려인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에게 한국의 전통문화예술을 보여주고 있다. 각종 대회에서 수상 경력도 쌓았다. 센터 ‘난’은 그동안 쌓아왔던 양적 토대를 바탕으로 질적인 도약을 하기 위한 시도로 2012년 9월에는 단순 레퍼토리만 보여주는 공연 패턴을 벗어나 일반 러시아인 관객들에게 더욱 다가갈 수 있도록 연극적인 요소를 가미한 마당놀이 놀부전을 올렸다. 연극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 러시아인들의 정서와 한국고전문학과 예술문화를 잘 드러낼 수 있는 마당놀이 형식을 결합시킨 시도이자 모험이었는데, 약 500명의 관객이 모였다.

한국전통예술공연, 마당놀이의 희극적 요소와 현실 풍자, 러시아의 유머 코드 등을 접목시킨 새로운 시도는 기대보다 큰 성과와 호응을 얻었다. 관람 후 관객들과의 비공식 면담을 보면, 한국문화를 모르는 러시아인들의 경우 한국전통이야기를 보았지만 러시아적인 요소가 있어서 매우 흥미로웠으며, 공연 내내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고 답했다. 고려인들도 한국을 가본 적도 없고 한국어도 모르지만 공연을 통해 한국에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한국문화를 조상들의 문화로 생각하고는 있지만 한국어를 모르기 때문에 한국문화를 이해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한국을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었다고 대답했다.

또한 센터 ‘난’은 대한민국 총영사관의 협조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벗어나 러시아 북서 지구의 도시들의 러시아 한인들과 현지 러시아인들에게 한국문화를 현장에서 보여줄 수 있도록 순회공연을 다니기도 했다. 방문하는 도시마다 극장은 만석을 이루었는데, 2014년 칼리닌그라드에서는 공연 직후 무대로 올라온 70대의 한 고려인이 화면이 아닌 직접 한국전통공연을 처음 본다면서 감격에 마지않았다.

NPO 지원이 활발하지 못한 러시아에서 센터 ‘난’이 걸어온 22년은 ‘역사’ 그 자체이다. 센터 ‘난’은 이미 공공외교에서도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번 재외동포재단 세계한인학술대회에서는 각 국가/도시의 대표 민간단체들이 소개될 것이다. 최소한 10년 이상 한인/현지인에게 한국어/문화를 알려온 해외의 NPO는, 타슈켄트 세종한글학교의 경우처럼 ‘세종학당’으로 육성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