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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농경문화의 혼을 이어가는 아름다운 길목에서

박 공예가 강빈

 

예로부터 서민들의 일상도구

산업 발전으로 박 사라져가

명장 손길 만나 예술로 승화

고향의 순수한 정취 가득

“잊혀진 박에 생기 넣고싶어”

박은 예로부터 우리 서민들의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생활도구로 널리 사용되여왔다. 물을 떠마시거나 술을 마실 때, 그리고 쌀을 퍼낼 때에도 우리 조상들의 손에는 어김없이 박이 쥐여져있었다. 박을 던지거나 밟아 깨뜨림으로써 잡귀를 쫓아내는 주술적 풍습도 가지고 있어 박의 크기는 작지만 쓰임새는 아주 컸다.

옛스러움이 묻어나는 박은 산업의 발전으로 플라스틱 제품에 밀려나 그 기능을 잃었고 재배 규모도 크게 줄었다. 초가지붕 우에 앉아있는 큰 박과 더불어 울타리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조롱박의 모습은 이젠 찾아보기도 힘들다.

우리들의 시야에서, 생활 속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박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고 싶다는 화가 강빈씨를 지난 9일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건물이 즐비한 골목길을 돌아 찾은 그의 작업실에는 생활용품을 넘어 예술로 승화된 박 공예 민속품들이 곳곳에 전시되여있었다. 올망졸망한 조롱박, 표주박들은 조용히 한곳에 자리잡아 명장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작업실 안방 병풍에 가까이 다가가 보니 감나무 밑에서 흥겨롭게 떡치는 놀부 부부, 상모를 흥겹게 돌구는 나그네, 곱게 비단 한복을 차려입고 탁주를 붓는 아낙네들의 모습이 생동하게 그려져 금방이라도 박을 뚫고 뛰쳐나올 듯했다. 전통형식보다도 만화로 아기자기하게 그려진 그림들은 전래 동화 속 이야기를 속삭여 줄 것만 같았다.

정성을 다해 만들어놓은 아름다운 박 공예품들이 제대로 인정받음으로써 전통의 맥이 끊어지지 않는다면 좋겠지만 때로는 우리들만의 자부심만으로 버티기에는 버거울 때가 많다. 박이 귀한 시대, 박 생산량이 점점 줄어드는 요즘에는 박을 구하기는 여간 쉽지 않다. 어디 그뿐인가! 강빈씨의 말에 의하면 박 공예는 얼핏 보면 쉬워보이지만 박 자체의 껍질이 치밀하고 둥글게 생겨 다른 공예보다 세밀한 작업이 필요하다고 한다.

“기억 속에서 잊혀져가는 박에 다시금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어 공예품으로 재탄생하게 해 사람들의 향수를 끄집어내고 싶었어요.”

색바래져가는 우리 민속공예품으로 고향의 순수한 정취를 내 곁으로 가져와 그것을 간직하고 지켜가는 것, 그의 아름다운 전통 계승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글·사진=민미령·황련화·윤금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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