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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너무 외로워서 그래!

 

“이름은 뭐로 할까?”

“너무 외로워서 그래.”

“언제 데려올 거야, 빨리 데려오자 응 응?”

고양이를 새로운 가족으로 데려오자는 딸아이의 조바심은 지치지도 않는지 오늘도 여전하다.

주말 오후의 공원에는 애완견을 데리고 나와 산책을 시키는 가족들의 모습이 여럿이 보였다. 저마다 앙증맞고 귀여운 발, 말끔하게 정리된 윤기 있는 털, 꼬리를 살랑거리며 호기심에 찬 눈으로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모습이라니, 영락없이 어린아이 같았다. 사랑받는 아이는 다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번이고 눈길을 주다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마침내 쪼그리고 앉아 말을 건네고야 말았다.

“어머, 너무 예쁘네요. 이름이 뭐예요?, 대소변은 가리나요? 키우기 힘들진 않으세요?”

“아유, 가족이잖아요? 가족이면 힘든 건 다 용납할 수 있어야지요. 안 그러면 못 키워요. 당연히 돈도 많이 들지요.”

공통되게 돌아오는 대답은 가족이라는 말, 가족이니 그 정도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었다. 귀엽고 예쁘다는 생각 이전에 그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발생하게 될 책임부분을 반드시 생각해야했다. 유기견보호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한다는 친구의 얘기를 들었을 때 더더욱 그랬었다. 몸집이 커져서, 더 이상 예쁘지 않다, 이사를 가서 키울 여건이 못 된다, 병이 생겨서 등등의 이유로 버려지는 반려동물들이 겪는 정신적 충격은 너무나 크다고 했다.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더 이상 사람을 거부한다거나 또는 더 사람의 손길에 집착하는 등등의 후유증. 심지어 발작하듯 자기 다리를 끊임없이 무는 학대받은 개의 후유증까지.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버려지거나 학대받은 동물들의 고통은 상상 이상이었다.

몇 주일 전에 다녀왔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잔상이 있다. 서쪽하늘로 서서히 기우는 해를 등지고 비교적 소박한 주인의 묘역 발치에 오롯이 자리 잡은 작은 무덤 하나. 작고 낮은 봉분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묘비, ‘애마묘’라고 적혀 있었다. 평택시 도일동 원균장군의 묘역에서 만난 ‘애마묘’는 마치 애잔한 해금의 가락처럼 그렇게 내게로 다가왔었다.

칠천량해전에서 전사한 원균장군의 유품을 평소에 장군이 각별하게 아끼던 애마가 물고 와서 가족들에게 그의 죽음을 알리고 지쳐서 죽었다는 설화가 있다고 했다. 지금 장군의 묘는 말이 물고 온 유품으로 만든 가묘이며 애마의 갸륵한 충성심을 높이 사 ‘애마묘’를 만들어 영원히 주인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고 했다. 동물의 충성심이 그토록 클 때는 평소에 그 동물을 대할 때 주인의 태도가 어땠을 지 짐작이 갈 것 같았다. 정확한 통계는 낼 수 없지만 헤럴드 경제의 통계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도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이미 약 20%를 넘어선 걸로 추정된다고 했다. 잠시 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집 밖에서 받는 내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애완동물을 키우는 일은 동물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대소변은 가리나요?’를 묻기 전에 대소변을 감당할 수 있을 때, 내가 예뻐하는 애완동물이라는 개념보다 함께 하는 가족이라는 반려동물의 개념으로 동물가족을 받아들여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학수고대 새 가족 고양이 데려올 날만 기다리는 딸아이에게도 충분한 책임감이 확인될 때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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