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이면우
깊은 밤 남자 우는 소리를 들었다 현관, 복도, 계단에 서서 에이 울음소리 아니잖아 그렇게 가다 서다 놀이터까지 갔다 거기, 한 사내 모래바닥에 머리 처박고 엄니, 엄니, 가로등 없는 데서 제 속에 성냥불 켜대듯 깜박깜박 운다 한참 묵묵히 섰다 돌아와 뒤척대다 잠들었다.
아침 상머리 아이도 엄마도 웬 울음소리냐는 거다 말 꺼낸 나마저 문득 그게 그럼 꿈이었나 했다 그러나 손 내밀까 말까 망설이며 끝내 깍지 못 푼 팔뚝에 오소소 돋던 소름 안 지워져 아침길에 슬쩍 보니 바로 거기, 한 사내 머리로 땅을 뚫고 나가려던 흔적, 동그마니 패었다.
- 이면우 시집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 창비시선
사내의 슬픔이, 그 외로움이, 가로등 불빛 깜박거리듯 성냥불 켜대듯 어둠 속에서 비어져 나오고 있다. 엄니, 엄니, 엄니 가슴에 머리를 부딪듯 깜박깜박 우는 남자. 울음으로라도 내 몸에 불을 켜보듯 울 수 있는 캄캄한 밤이어서, 외롭고 서러운 울음을 고스란히 안아주는 밤이 있어서, 또 그 울음에 같이 잠 못 이루는 마음이 있어서 이 세상이 각박하지만은 않다.
/김은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