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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구칼럼]장관(壯觀)

 

새 정부가 들어서고 각 부 장관(長官)이 교체되기 시작했다. 청문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후보자들이 많다. 털어서 먼지가 안 나오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한다. 문제는 털리고 있는 먼지가 미세먼지인지 대충 흙먼지인지, 독한 매연인지이다. 가벼운 흙먼지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나쁜 영향과 피해를 주는 독한 공해가스먼지를 뿜은 전력이 있다면 아무리 과거지사라고 할지라도 후보 자격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지난 80~90년대에는 대충 그렇게 살았으니 면죄부를 달라고 하는 것 때문에 청문회 심의사건의 시효를 정하려고 하는 듯하다.

청와대는 장관을 비롯한 고위공직에 임명할 인사를 찾기 위해 다방면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이력을 확보하고 이 중에서 가장 적임자를 추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간혹 청문회가 부담스러워 이미 이 문을 통과했던 경력이 있는 기존 정치인이나 관료를 재임명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잘해야 1.5년~2년 남짓 일해왔던 장관직이 힘이 막강한 국회의원들에게도 매력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무위원이며 중앙부처의 지휘관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엄청난 권력의 자리이며 최고의 명예의 자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점에서 장관은 누가 봐도 분명 장관(壯觀)이며 그 집안의 영광이 된다.

동화를 보면 옛부터 중국은 비단장수 왕 서방이 되는 것이 아이들의 꿈이었던 것에 비해 한국 동화는 비록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어도 영의정을 비롯하여 정승이 되는 것을 아이들의 꿈으로 그렸다. 왕조시대나 민주정부 시대나 내각의 각료가 되면 그것은 출세의 정점이었고 그 관문으로는 청문회가 아니라 양반이나 수재들이나 도전할 수 있는 과거시험이나 사법 행정고시를 패스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남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어려운 시험에 합격해서인지 그 보상을 받으려는 듯이 탐관오리가 속출했다. 정경유착과 검찰의 정치화는 어쩌면 원시시대부터 있어왔을 인간의 속성이었을 것 같기도 하다. 아주 맑고 깨끗하게 보였던 사람이 청문회를 통과하여 장관이 되면 기회를 잡은 듯이 탐관오리로 타락한 경우도 있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도 보았다. 문재인 정부는 외교부 장관을 비 외무고시 출신으로 여성을 임명했다. 검찰도 그동안의 정·재계와의 유착을 부정하거나 부인하지 못해서인지 올 것이 왔다고 생각을 하는 듯하다.

칼과 완장만 차면 유난히 그 힘을 남용하지 못해 안달하던 못된 권력자들의 근성은 권력에 억압받고 가난해서 서러왔던 과거의 역사, 일제 강점기와 한국동란, 군부독재치하 중에 겪었던 고난의 경험 등으로 인해 자연 발생한 것이지 유독 대한국민의 민족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오늘의 민주화만큼 되는 과장에서 값없이 얻어진 것은 하나도 없다. 말할 수 없는 고통의 격변을 겪는 중에 수많은 생명이 희생되고 인권이 유린당했다. 이제 새 정부는 기존의 병폐 많았던 낡은 기득권세력과 그 질서를 청산하고 진정한 민주국가를 세우고자 야권에서 반대하고 있는 인사들의 장관 임명을 강행하고 있는 것 같다. 이를 비난하기 전에 과거의 정부는 어떠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법무장관 후보는 자진사퇴함으로 새 후보를 찾아야 한다. 장관 임명을 강행하는 것에는 과거정부와 별 차이가 없다고 할지라도 적폐청산하며 민주국가를 구축하기 위해 새 질서를 세우려는 것이라고 국민들은 생각할 수 있다. 현재 장관 후보자들 개인은 권력과 명예에 대한 그 어떤 욕망도 없이 장관을 하고자 하는 것은 물론 아닐 것이다. 모두 애국을 한다고 하지만 애국하는 방법과 목표가 여당이 되기 위한 정당의 이념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서로 충돌을 하게 된다. 한 예로, 미국을 얼만큼 비중에 두고 가까이 할 것인지, 북한을 얼 만큼 적으로 간주할 것인지의 민감한 정치적 문제들에 대한 답이 국민들의 지지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세월이 지나 또 정권이 바뀌면 어떤 상황이 도래할지 모르지만 민주화에 관한 한 국민들은 더 이상 퇴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탐욕이 없어 부정도 없고 정직하며 소신이 있는 사람이 장관이 될 때 그 나라는 장관(壯觀)이 된다. 정치인들은 국민들이 파수꾼이라는 것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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