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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견뎠더니 가뭄에 폭염까지…"병아리 먹일 물도 없어요"

연일 폭염이 지속되면서 최근 AI(조류인플루엔자)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무더위 피해까지 입고 있는 경기지역 양계농가들이 울상이다. 불볕더위에 병아리 입식조차 못하는 농가들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한동안 잠잠했던 AI가 이달 초 제주도를 시작으로 전국에서 재발, 각 지방정부들은 방역용 차량소독기를 현장 배치하는 등 비상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양계농가들 역시 저마다 방역전쟁에 나서고 있지만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폭염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어비리에서 축사 5동에 10만 마리의 병아리를 키우고 있는 A(63)씨 농가도 예외는 아니다.

이씨는 “AI 때문에 입식을 두 달 가량 못해 손해가 큰데 이제는 가뭄에 물까지 부족해 큰일났다”고 말했다.

이씨가 들여온 병아리들이 하루에 마시는 물의 양은 약 15t이다. 병아리들이 성장하면 하루 30t의 물이 필요하지만 이씨가 양계장 문을 연 뒤 5년째 물을 끌어쓰던 인근 하천은 지난봄에 이미 말랐다.

양계장 바로 앞의 논도 바짝 마른 상태로, 이씨는 “저수지가 말라붙은 건 40년 만에 처음이다. 비가 충분히 내리지 않는다면 양계농가에는 재난을 넘어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병아리들에게 먹일 물조차 확보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스프링클러는 언감생심”이라며 “지자체 등의 도움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데 최악의 상황만 피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안성지역에서 30년 째 토종닭 2만여 수를 사육 중인 B씨의 사정도 비슷하다.

체온이 41도인 닭은 기온이 35도를 넘어가면 폐사 위기에 처한다고 설명한 B씨는 현재 이 정도까지 기온이 오르지 않아 당장 큰 위협은 없어도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면 피해가 확산될 것이라며 하소연했다.

B씨는 “AI가 한동안 잠잠해져 그나마 한숨 돌렸지만 가뭄이 이어져 악재가 겹쳤다”며 “해마다 반복되는 최악의 상황에 정말 포기하고 싶지만 자식같은 닭들이 폐사하지 않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용인시 관계자는 “관정 개발, 시설 지원 등으로 최대한 농가들을 도우며 큰 피해가 나지 않도록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병근기자 sb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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