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쇼팽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성진보다 앞선 2005년 같은 콩쿠르에서 3위에 오른 임동혁.
그는 젊은층에게 클래식이 생소했던 시절, 이미 10대 팬들로 객석을 가득 채운 인기 아티스트였다. 10여년이 지났고, 이젠 나이가 지긋한 관객들이 더 많아졌다고 너스레를 떠는 임동혁은 관객의 변화만큼이나 피아니스트로서의 마음가짐에 무게감이 더해진 모습이었다.
오는 25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피아노 리사이틀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그를 21일 만났다.
임동혁은 7살에 피아노를 시작해 10살 때 러시아로 이주, 모스크바 국립 음악원, 하노버국립음악대학, 줄리어드스쿨 음악대학을 거쳤다. 외국에서 음악을 배웠지만 집안에서는 어머니의 교육아래 치열하게 연습하며 10대를 보냈다.
“어머니가 음악에 있어서는 엄격하게 가르치셨고, 연습을 안하면 큰일 날 것 같은 트라우마가 있었다. 아마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하루종일 피아노를 안치고 집에서 뒹굴거리며 쉬는 날도 있을 만큼 많은게 달라졌다.”
이제는 연습보다는 그날의 컨디션이 공연의 질을 좌우한다는 그는 피아노보다는 자신을 돌볼 줄 아는 여유가 생긴 듯하다.
그는 “쇼팽이나 슈베르트의 곡을 좋아한다. 두 작곡가의 음악은 기교보다는 무대 위에서 노래하듯 연주한다는 특징이 있다”라며 “피아노로 노래하듯 연주하기 위해서는 경험과 연습 모두가 충족해야한다. 더 많이 무대에 서고 대중들과 만나 노래하듯 연주하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자신이 직접 고른 그랜드피아노 ‘D-274’를 처음 연주한다. 다른 클래식 연주자들과 달리 자신의 악기를 가지고 연주하기 힘든 피아니스트에게 마음에 드는 피아노로 연주한다는 것은 행운이다.
그는 “연주회 때 피아노가 마음에 든 적은 열번에 한번 꼴이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의 요청으로 지난 3월 그랜드 피아노 구입을 도왔고, 공연장의 특징을 고려해 다이내믹한 소리가 나는 것으로 골랐다. 제 맘에 드는 피아노이기에 무대에서 첫 선을 보일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아직 선보이고 싶은 무대가 많다고 말하는 그는 여전히 치열히 노력하고 피아노를 사랑하는 피아니스트였다. 그가 25일 무대에서 보여줄 농익은 쇼팽의 선율에 기대가 모아진다./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