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성칼럼]추억과 감흥에 젖게 한 작은 음악회
[정준성칼럼]추억과 감흥에 젖게 한 작은 음악회
  • 경기신문
  • 승인 2017.06.27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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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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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主筆)

10년의 미국 뉴욕생활을 접고 5년전 한국으로 돌아온 후배가 있다. 모 기업 주재원으로 있었던 그는 만날 때 마다 뉴요커들의 음악과 예술사랑 이야기를 자주 한다. 그러면서 하루하루 치열한 일상을 살면서도 어떻게 그런 마음이 생기는지 상상이 가질 않는 다며 부러움과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

전공자는 아니지만 클래식 음악 애호가인 그가 한번은 이런 이야기도 했다. 우연한 기회에 비즈니스 파트너인 뉴요커와 함께 현지 사업가의 집에 초대를 받았다고 한다. 가기 전에 몇몇 음악가들을 초청. 공연을 곁들인 사교 자리라는 설명을 들었지만 와인과 저녁을 먹는 그저 그런 ‘파티’려니 예상 했다고 한다. 그러나 참석 후 예상을 곧 깨졌고. 낯선 환경에 당황까지 했었다고 한다. 그리 넓지 않은 리빙룸에 미니객석처럼 의자가 배치되어 있고 그 앞에 피아니스트를 비롯 바이올리니스트와 첼리스트가 공연준비를 하고 있어서였다는 것이다. 곧 객석이 차고, 연주가 시작되면서 두 번 놀랐다고 한다. 하우스 호스트가 아티스트들을 소개 했는데 경력과 이력이 쟁쟁한 멤버들이었고 연주 또한 수준 높은 감동 그 자체여서 그랬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주위에서도 다양하게 열리고 있는 ‘하우스 콘서트(House Concert)’ 얘기를 후배로부터 들은 지 약 2년이 지난 엊그제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지인의 초청으로 수원 ‘비즈카페’에서 있었던 ‘월요 음악회’에 참석, 피아노 트리오 공연을 보았기 때문이다. 음악회 내내 피아노 건반의 흔들림과 첼로의 떨림, 그리고 바이올린 선율, 중간 중간에 연주자의 숨소리까지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공연이란 생각이 들어 매우 행복 했었다. 그리고 후배의 자랑 섞인 경험담도어렴풋이 이해 할 수가 있었고 이어 잠시 과거로 돌아갔었다.

젊은 시절 선배로부터 들은 ‘가을 하면 브람스’라는 말 한마디가 멋있어 1970년대 음악감상실을 찾던 기억이 새삼 떠올라서다. 겉멋이 들어 당시에는 클래식의 감흥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음악 감상실에 들렀다. 가을을 앞두곤 더욱 잦았다, 르네상스. 종로1가에 위치한 그곳에서 의자에 파묻혀 브람스의 음악을 듣던 낭만이 생각난다. 그리고 모임이 있으면 으레 여기를 다녀왔노라 개선장군처럼 공개하고, 교향곡 4번이 좋았느니, 어쭙잖은 품평으로 자랑하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유치한 추억이지만 월요음악회를 계기로 색 바랜 필름이 다시 돌아가는 것 같아 피식 웃음도 나왔다.

늦은 나이, 추억과 감흥에 젖게 해준 작은 음악회. 바이올린 피아노 첼로, 거기에 가야금까지. 협연을 통해 영화 음악 부터 멘델스존의 'Piano Trio No.1 d minor Op.49’ 1악장 까지 1시간 넘게 선사한 음악을 들으며 연주자들의 열정과 실력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 특히 음악의 저변 확대를 위해 매월 마지막 월요일 다양한 장르의 작은 음악회를 스스로 개최 하는 비즈 카페 관계자의 노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문화적 제도적 뒷받침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해 봤다.

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가 우리나라 국민들의 문화향수 실태조사를 한 적이 있다. 일반인들의 예술행사 연평균 관람률이 얼마나 되나 하는 것이었다. 조사결과 영화는 3.6회이고 대중음악은 0.5회, 연극과 뮤지컬은 각각 0.2회다.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일 년에 한 번도 공연을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나마 클래식음악을 비롯 전통예술, 문학행사 등은 아예 수치도 나오지 않아 충격을 주었다.

공연장과 관객은 예술 공연자의 생명이나 다름없다. 그런 공연장에 관객들은 왜 잘 가지 않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한정적이고 제한된 공연시간, 먼 거리의 공연장, 홍보부족, 공연장 내 관람객을 위한 편의성 부족, 격식을 차리고 가야하는 불편함, 편안하지 않은 엄격한 분위기, 공연장의 질서유지를 하고 있는 하우스 스태프들의 서비스 부재등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공연장은 그 어느 문화 산업분야보다 일반 관객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 관객이 있을 때 스타가 탄생하고 공연의 질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문 예술 공연인들의 설 자리도 더욱 넓어 질수 있다. 그러나 공연시장은 아직까지 작품제작과 공급 중심의 사고가 깊게 뿌리박혀 있어 사정이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에 비추어 비즈카페와 같은 하우스 콘서트 형식의 작은 음악회는 잠재적 관객들을 자발적으로 공연장에 찾아 갈수 있도록 하는 동기를 부여하기에 충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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