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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모습 간직한 아름다운 산속 마을… ‘어찌 그냥 떠나리’

테마여행가가 들려주는 프랑스
콩크(Conques)

 

 

주민 겨우 281명 사는 작은 마을
귀족집안 소녀 ‘푸아’ 12세에 순교
선교사가 유골 가져온 후 유명해져

13세기 경제 급속 성장 후 마을 몰락
2000년까지 세심한 복원 통해 재현

푸아 성당 ‘최후의 심판’ 조각 유명

베네딕트 수도원엔 ‘보물실’ 갖춰
중세시대 금은 세공술의 걸작 전시


프랑스 남부 ‘옥시타니(Occitanie)’ (예전 미디피레네) 지방의 ‘아베이론(Aveyron)’ 도에 위치한 콩크는 주민 281명의 작은 마을로 중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아름다운 곳이다.

10세기 이래 금속공예의 마을로서 발전했고 11~12세기에는 많은 작품을 제작했으며 보물실이 유명하다. 2013년 ‘프랑스인이 선호하는 마을’에서 2013년 5위를 차지했으며, ‘생 작크 꽁포스텔 순례길’이 지나는 순례자들의 성지이다.

‘두르두(Dourdou)’ 강과 ‘우쉬(Ouche)’ 강이 만나는 일종의 조개모양을 형성하는 산등성이에 자리잡은 작은 마을에 문화재로 등재된 숫자가 가장 많기로 유명한 콩크는 ‘성녀 푸아(Sainte-Foy)’의 머리유골을 비롯해 희귀한 성물들을 보유한 성지이자 중세시대의 목골가옥이 아름다운 관광명소이다.



 

 

 

■ 역사

8세기 말엽 ‘다동(Dadon)’ 수도사가 첩첩 산중 고요함만 흐르는 외딴 이 곳에 정착해 생활하면서 작은 베네딕틴 수도원이 세워진다. 세상과 떨어진 은자들의 세상이 변모하기 시작한 것은, 866년 ‘아리비스퀴스(Ariviscus)’라는 수도사가 행한 ‘은밀한 이동(translation furtive)’ 덕분이다.

200km 떨어진 ‘아정(Agen)’의 유복한 귀족집안에서 태어난 ‘푸아’ 소녀가 로마의 지배하에서 기독교가 탄압받던 303년, 어린 12살의 나이에 순교를 했고 5세기부터 시성돼 아정 교회에 모셔져있던 ‘성녀 푸아(Sainte Foy)’의 유골을 훔쳐와서 콩크에 안장시킨다.

수많은 병을 고치는 기적이 일어나면서 순례자들이 소문을 쫓아 몰려들었고, 이 곳은 ‘꽁포스텔(Saint Jacques de Compostelle)’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순례자들을 위한 숙소와 식당을 비롯한 마을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12세기 무렵에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쌓은 방어용 성벽이 아직도 남아있다.

13세기까지 지역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했으며, 14세기부터 서서히 쇠퇴하기 시작해 15세기 말엽에는 완전히 몰락한다.

16세기 종교전쟁 당시에는 개신교의 방화로 파괴될 위기에서 기적적으로 화를 면했고, 18세기말 프랑스 대혁명 때부터 폐허상태로 방치돼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진다. 1837년 문화재 관리국의 평가원 ‘메리매(Prosper Merimee)’가 이 곳을 방문해 역사적 예술적 가치를 알아보고 복원하기 시작하면서 다시금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다.

메리매는 “외진 곳에서 이렇게나 풍요로운 마을을 발견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라며 마을의 아름다움을 극찬했다.

이곳은 2000년까지 진행된 세심한 복원작업으로 중세마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자연경관과 어우러져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특히 마을의 전체적인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반대편의 ‘방까헬(Site du Bancare)’은 꼭 들러야 하는 명소 중 하나다.



■ 생트 푸아 성당(Abbatiale Sainte-Foy)

‘성녀 푸아(Sainte Foy)’의 유골을 훔쳐와서 이 곳에 안장시키면서 순례자들이 몰려들자, 11-12세기에 세워진 ‘생트 푸아 성당(Abbatiale Sainte-Foy)’은 중세 로마네스크 양식의 정수를 보여주는 곳일 뿐 아니라 너무도 잘 보존됐기 때문에 건축사적 관점에서 중요한 연구대상이다.

예술적 가치와 규모면에서 로마네스크 조각의 원형을 보여주는 정문의 상단 조각 ‘최후의 심판’에 등장하는 124명의 인물들도 이곳을 유명하게 만든다. 팀파늄의 부조는 “인자가 자기 영광으로 모든 천사와 함께 올 때에 자기 영광의 보좌에 앉으리니, 모든 민족을 그 앞에 모으고 각각 구분하기를 목자가 양과 염소를 구분하는 것 같이 해 양은 그 오른편에 염소는 왼편에 두리라”라는 마태 25장 31-32절 성경 내용을 형상화해 놓은 것이다.

중앙의 예수 좌우로 지옥과 천국의 모습이 표현돼 있는데, 천상 예루살렘을 밝혀주는 기름램프와 천국과 지옥문 자물통과 열쇠, 푸아 성녀가 풀어주는 죄인들의 쇠사슬, 무기를 휘두르는 악마가 묘사돼 있다.

예수의 오른편에는 성모 마리아가 두 손을 모으고 있고, 베드로가 한 손에는 천국의 문 열쇠를, 다른 손에는 목자의 홀장을 들고 따른다. T자 모양의 지팡이를 든 인물은 아마도 콩크를 세운 은자 ‘다동(Dafon)’으로 추정되며 옆의 수도원장이 왕관을 쓴 군주의 손을 잡고 이끄는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수도원장은 베공 3세 수도원장이 프랑크 왕국을 세운 ‘샤를마뉴(Charlemagne)’ 황제다. 제국을 확장하면서 전쟁을 많이 치른 ‘샤를마뉴’ 대제는 속죄의 의미로 이 수도원에 성유물을 기증했다.

화려한 현관을 지나 내부로 들어서면, 1994년 복원하면서 성당의 육중하고 두터운 벽에 빛의 물결을 반영해 디자인한 ‘피에르 술라주(Pierre Soulages)’ 작가의 현대식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해 안으로 스며드는 빛의 신비로움과 높이 22m의 돌기둥이 떠 받치는 공간의 깊이는 호흡을 멈추고 경탄하게 만든다.



■ 보물실(Salle du tresor)

허물어진 옛 베네딕틴 수도원의 잔재속에 1911년 자리잡은 ‘보물실’은 프랑스에서 가장 많은 중세시대 금은 세공술 최고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9세기에 제작한 금과 진주, 에메랄드로 장식한 ‘푸아 성녀’의 유골과 11세기에 제작한 ‘빼뼁 Pepin’ (프랑크 왕국 카롤링거 왕조의 왕)의 유골 장식품을 비롯한 성물들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나무에 은과 금을 입히고 온갖 보석들로 치장한 ‘성녀 푸아 Sainte-Foy’의 유골은 수 많은 기적을 일으킨 것으로 유명하여 순례자들이 끊이지 않던 이 마을 최고의 보물이다./민경화기자 mkh@



 

 

 

>>테마여행가 안완기는…

한국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그는 1992년 프랑스로 건너가 유럽의 건축을 공부했으며, 특히 프랑스의 풍부한 문화와 역사에 빠져 들게 됐다.

그는 이 나라의 문화에 대해 감상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아쉬움만 남기고 돌아서는 수 많은 여행객들을 보면서 프랑스를 제대로 느끼고 배우는 정직하고도 건강한 여행문화를 꿈꿨다.

지난 2003년부터 프랑스 여행 정보를 공유하는 홈페이지(www.algogaza.com)를 제작, 운영해 유용한 프랑스 여행관련 정보 및 자료를 꾸준히 올리고 있다.



<약력>

- 1986년 경희대학교 건축공학과

- 1992년 프랑스 유학

- 1995년 Strasbourg 건축학교 수학

- 1998년 Val-de-Marne Paris 건축학교 수학

- 2002년 프랑스 테마여행 전문 가이드

- 2006년 ‘알고가자 프랑스’ 테마여행사 운영

- 2014년 ㈜OECD 대표부 대외협력부 근무

- 2014년 9월~ ‘알고가자’ VIP여행사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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