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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국민의 뜻과 전문가의 판단

 

지난달 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원전정책을 전면 재검토하여 탈핵시대로 가겠다.”고 하였다. 또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도 3개월 정도 건설을 중단하고 시민 배심원단을 통해 계속 건설할 것인지 최종 결정하겠다고 한다. 이에 반론이 일자 전문가도 참여시키겠다고 했지만 별로 달라질 것은 없다. 결국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을 포기하겠다는 문 대통령 의지의 표명이고 결국 그렇게 될 것이다. 대선공약이기도 하고 국민의 뜻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방향은 맞지만 현실성이 있는지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린다. 과연 국민의 뜻에 따른 것인지 의문이 드는 또 다른 사례로 한미 FTA 문제가 있다. 미국 언론은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의 재협상을 논의했다고 보도한 반면, 우리 정부는 재협상에 대한 합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어쨌든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재협상 의지는 회담 전후로 계속 표출되었기에 이미 불가피한 문제가 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이명박 정부 때 한미 FTA를 반대하던 대규모 촛불시위를 기억한다. 그 때는 국회동의와 비준절차가 진행되었고, 실제 한미 FTA를 체결한 것은 노무현 정부였다. 결과적으로 미국이 재협상을 주장하는 현 상황은 당시 우리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우리 측에서만 100여명의 전문가가 참여하였고, 노무현-이명박 정부에 걸쳐 수많은 논란 속에 추진되었다. 조약 내용만 해도 책 한권 분량이다. 당시 FTA 반대 촛불시위는 국민의 뜻이라고 여겨졌지만 실제로 한미 FTA를 체결하지 않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었을까?



대다수 국민은 전문적 문제에 백지상태인 경우 많아

이 경우 국민의 뜻이란 과연 무엇일까? 최근 국민의 뜻이 궁금한 것으로 사드배치 문제도 있다. 문 대통령은 미국방문 길에 사드배치의 철회는 없다고 미국을 안심시키며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위하여 환경영향 평가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환경영향 평가는 그 결과에 따라 사드배치를 안 할 수 있다는 말인데, 사드배치 철회는 없다는 말과 모순된다. 사드배치를 서두르자는 의견도 있고 철회하자는 의견도 있다. 어느 것이 국민의 뜻인가? 두 의견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쨌든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 청문회정국에서도 국민의 뜻이라면서 장관 임명을 강행한 사례도 있다. 선택은 대통령과 국회의 몫이다. 헌법은 외교권과 정부구성권, 국군통수권을 대통령에게 부여하되, 국회의 견제장치를 두고 있다. 대통령과 국회는 국민의 뜻에 따라 선택하고 집행해야 하지만 국민의 뜻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국민은 5천만이 넘으니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원전문제나 한미 FTA, 사드배치 등 고도의 전문적인 문제에 대해서 국민 다수의 의사는 백지상태라고 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단계별 전문가가 판단하여 집행하되 정치적 책임을 져야

그렇다고 해서 국민의 의사를 무시해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현실에 표출되어 나타나는 ‘경험적 의사’와 구분되는 ‘추정적 의사’라는 개념이 있다. 당장 확인하기 어려워도 장기적으로 국민전체나 국가에 이익이 되는 것이 국민의 의사라고 추정하는 것이다. 현실적 선택은 대통령과 국회에 맡겨져 있지만 사후에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은 그 선택에 대하여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있고, 또 물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4대강 감사원 감사 지시, 국정교과서 폐지, 공공부문의 블라인드 면접채용과 30% 지역할당제 등 의미 있는 정책들을 지시한 바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되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대통령의 이런 결정들이 국민의 추정적 의사에 부합하려면, 개인적인 판단 이전에 단계별 전문가들의 판단이 필요하다. 온 국민의 의사를 일일이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공식·비공식 절차를 통해 많은 의견을 들어야 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침묵하는 다수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는 일이다. 대통령이 전문가의 의견을 듣되 앞에 나서지 않는 사람들의 의견도 최대한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독재라고 불리게 되고 언젠가 잠재했던 다수의 불만이 폭발하게 된다. 그래서 대통령은 참 어려운 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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