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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운명에 대하여

 

운명의 사전적 의미는 숙명과 같은 뜻으로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초인간적인 힘이 원래부터 정해져 있는 것을 말한다. 세월이 흐르니 말의 뜻이 이해가 된다. 100세에 가까운 노철학자는 50세까지는 삶의 준비이고 청춘은 60세부터 75세까지니까 계속 사고하고 일하며 성장해 나가라고 조언을 한다.

젊은날에는 주어진 환경에 적응을 못하고 좌충우돌하고 분노하며 그속에서 빠져 나오고자 밤잠을 설쳐가며 모든 노력을 다한다. 필자 또한 마찬가지로 어느날 갑자기 내려온 수원에서 국제무대로 진출하기까지 개인적인 삶의 소소한 기쁨을 갖을 여유도 없이 오로지 한국전통염색에 대한 연구와 작품활동이 전부였다.

2017년 수원은 이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국제도시를 표방하며 외국에서 방문하고 싶어 하는 도시가 되었다. 국제섬유예술계는 나라별 생활철학을 배경으로 한 문화활동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미술현장이다. 대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가장 멋진 작품 하나로 모든 것을 함축하는 의미를 제공한다. 따라서 멋진 작품은 하나는 그 나라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DMZ과 IT 강국으로 활기찬 대한민국은 치명적 매력을 가진 나라로 보여지기에 창의적인 예술가들에게는 유혹의 대상이다. 2014년 제주도 국제보자기포럼에 함께 참가한 폴란드 출신으로 보스톤에서 활동하는 유명한 디자이너 겸 섬유예술가인 아냐가 2017년 한국 전시 방문때 꼭 가고 싶은 곳으로 DMZ과 수원을 원했다. 관광코스인 판문점보다는 예술가들이 진행하고 있는 평화누리길 12개코스 191㎞를 걷는 예술정치-무경계 프로젝트의 6차 답사 코스인 7코스 헤이리길 21㎞을 함께 동행하기로 했다. 예술적 감각의 차이는 작품의 차이로 보여질 정도로 예민하고 섬세한 부분이기에 순간의 포착에 대한 결정은 그 작가의 안목을 나타낸다고 여겨져서 많은 작가들이 그토록 살아있는 현장 감각 훈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15명 정도가 함께 걸으며 찍어낸 아냐의 DMZ 사진들은 무거운 주제에 서정성을 가미하여 사고의 여운을 주었다. 다음날 같이 한강 강변도로을 거쳐서 도착한 수원화성과 미술관 투어는 서로의 친구가 되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220년 전 정조대왕이 건축한 화성행궁 언덕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행궁재 2층 데크에서 바라보면 수원화성행궁 광장을 비롯한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등 수원 시내 전경이 다 들어온다. 1층은 갤러리지만 2층은 작가스튜디오로 언덕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행궁길 공방거리가 나온다. 행궁재는 화성행궁 언덕과 연결되어 야외 설치미술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지금 개최하고 있는 수원 아트스페이스 프로젝트2017전 같은 국내외 작가들의 미술교류가 펼쳐지면 수원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하며, 작가의 작품의 배경이 되는 문화적 사상적 배경을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느낀다.

사시사철 아름다운 풍광으로 변화하는 눈부신 햇살속에서 맑고 고운 작은새 소리를 눈감고 듣고 있으면 오늘날 지금의 상황이 마치 정해진 운명처럼 느껴진다. 젊은날 그토록 마음 졸이지 말고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그때그때를 슬기롭게 보낼 것을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리고 주변에 이야기 한다. 노력은 세월이 보상해주니 즐거운 마음으로 하나씩 인생의 파고를 타고 넘어가라고.

자식에 대한 무한정의 사랑과 배려의 마음으로 두손을 잡고 세월의 강을 건너게 해준 친정엄마에 대한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가지면서 또한 그시절 엄마의 마음을 지금은 이해가 된다.

앞으로 펼쳐질 삶은 이제 운명처럼 받아들이며 행복하고 즐겁게 맞이하고 싶다. 조금은 능력껏 주변과 나누고 베풀며 함께 가고자 한다. 갑작스럽게 펼쳐지는 새로운 환경 또한 즐거운 마음으로 가벼운 바람처럼 실려 어느 곳에 정착하는지 지켜보고자 하는 것도 새로운 설레임이다. 성실하고 진지한 자세로 인생을 대하였으니 결코 배신하지 않을거라는 운명의 희망을 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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