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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이웃들과 정 나누고… 밤엔 친구끼리 추억 쌓고…즐겁게 마실 나오세요

낡은 건물이 마을사랑방으로 변신
어르신 위한 문해·방송단 등 운영
밤엔 상담 등 청소년 쉼터로 활용
추억 담긴 ‘인생사진관’ 인기만점

 

 

 

10-부천 새롬가정지원센터 ‘낮밤마실 드루와’

부천 도심의 한 골목에 있는 허름한 모습의 작은 집. 좁은 문을 지나 5m 정도를 들어가 또 다시 문을 열면 오른쪽으로 2평 남짓의 작은 회의공간과, 26㎡ 정도의 거실이 보인다.

‘새롬가정지원센터’. 낮에는 외로이 혼자 살고 있거나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거나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 곳이다. 또 저녁이 되면 마을의 청소년들이 모여 서로의 고민을 토로하고, 다양한 동아리활동을 펼치고 있다.



따복 지원으로 환경 개선

새롬가정지원센터는 지역에 오래 자리한 새롬 교회 소유의 건물을 무상 임대 받아 문을 열었다.

하지만 40여년이나 된 건물은 매우 낡았고 도시가스조차 연결되지 않아 겨울에는 난방을 충분히 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후원의 손길도 미치지 않아 경기도의 따복공동체 사업 지원을 받기 전까지 수리를 할 엄두조차 못 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센터는 따복 사업 지원을 받기 위해 ‘낮밤마실 드루와’라는 사업으로 도에 공모했다. 마실은 마을 또는 이웃에 놀러간다는 순 우리말이다.

낮 마실은 주로 마을 어르신들이 참여한다. 실버방송단, 악기연주반, 문해교실, 체조교실 등 여러 동아리가 운영된다. 오전 시간이 되면 어르신들이 한 두분씩 찾아오기 시작, 함께 담소를 나누거나 간단한 체조를 하기도 하고, 공동밥상인 점심을 준비하기도 한다.

밤 마실은 청소년들의 쉼터 공간으로, 오갈 곳 없는 청소년들에게 차, 간식 등을 제공한다. 또 ‘상담선생님’과의 대화 시간도 갖는다.

도의 지원 후 센터는 좀 더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으로 조성됐다. 센터를 찾아오는 발걸음도 많아져, 현재는 어르신 100여명, 청소년 200여명이 찾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에서 자란 청년들이 돌아와 센터와 함께 ‘마을활동가’로 굳건히 마을을 지키고 있다.

 

 

 

 

 


공간 리모델링의 우수사례

경기도의 따복 사업 지원으로 가장 큰 효과를 본 것은 공동체 공간의 리모델링이다.

센터는 다양한 세대가 활용할 수 있도록 활용도 높은 계획을 세웠고, 그 첫 번째로 ‘낮밤마실 드루와’ 사업을 도의 따복 사업단에 신청했다.

이후 좁은 공간이지만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치됐고, 낡은 외벽도 산뜻하게 꾸며졌다.

낮에는 어르신들이 사용하는 할매 마실, 밤에는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마실로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전이면 서로 약속이 없더라도 한사람, 한사람씩 할매 마실의 문을 두드렸고, 이곳에서 정을 쌓아간다. 또 오후가 되면 청소년들이 찾아와 또래끼리 추억을 만드는 공간으로 변한다.

센터는 이런 부분에 착안, 한 달에 한 번씩 어르신과 청소년들이 함께 하는 다양한 ‘세대 공감’ 프로그램을 마련·진행 중이다. 또 일주일 한 번 정도씩은 또래 동성 친구들끼리만 놀 수 있도록 ‘여자아이가’, ‘남자아이가’라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도 ‘인생사진관’이라는 특색 있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는 어르신들 개개인의 추억이 담긴 사진과 이야기를 책자로 구성하는 것으로, 처음 시작 당시에는 별 호응이 없었으나 최근에는 서로 해달라는 등 인기가 만점이다.

작년에는 어르신들이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며 만든 단편영화 ‘청춘꽃매’가 서울 노인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활발한 활동으로 ‘따복공동체’ 우수 사례로 꼽히고 있다.

/유진상기자 yjs@

 

 

 

 


“어르신-학생들 세대 공감의 장 마련돼 보람”

김진영 새롬가정지원센터 사무국장

경기도 따복사업의 우수사례로 꼽히고 있는 부천의 ‘새롬가정지원센터’. 따복 사업 이전부터 지역에서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해온 김진영 사무국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8년 전 마을에 홀로 살고 계시는 어르신들에게 도시락 무료배달을 하게된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 어르신들 집을 방문할 때마다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 마음이 아팠고 이분들을 위해 작은 무엇인가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다.

약대동은 다른 지역과 달리 경로당이나 복지관 시설도 없었고, 어르신들이 마실갈만한 공터조차 없는 환경이었다.

그러던 중 마을의 터줏대감격인 새롬교회에서 아이들 공부방 등으로 사용하던 집터를 무상으로 대여해줬고 현재 비영리법인인 ‘새롬가정지원센터’를 설립, 현재 5~6분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센터를 만들고나자 어르신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8평 남짓한 공간이라 한 번에 스무 명 이상 모이기 힘든 공간이지만 어르신들은 그래도 갈 곳이 있다며 좋아하고 계신다. 몇 년 전 부터는 어르신들 외에도 학생들, 청년들도 모이고 있다.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가장 보람 있는 점은.

배움의 기회가 없었던 어르신들에게 배움의 즐거움을 드린 것이다. 주로 찾아오시는 분들의 연령이 75세 이상으로, 이분들 중에는 여건이 되지 않아 한글을 못 배운 분들이 많았다.

은행 업무를 제대로 보지 못하시는 분은 물론이고, 기초수급자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글을 몰라 혜택을 못 받고 계신 분들도 많았다.

심지어 버스를 타실 때도 번호 모양을 외운 뒤 타시는 분도 계셨다. 같은 방향의 다른 번호 버스는 아예 탈 엄두조차 못 내셨던 것이다.

처음에는 그런 일들을 도와드리다가 한글을 가르쳐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센터에는 어르신들 외에 학생들도 찾아온다. 낮에는 어르신 밤에는 학생들. 그래서 ‘낮밤마실’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보람이 있는 것은 이곳을 찾아오는 어르신들과 학생들이 세대 공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길거리에서 볼 때 서로 인사도 없이 지나다가 이제는 서로 보게 되면 학생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안녕 하세요’ 라며 반갑게 인사를 한다는 것이다. 어르신들도 밤에 배회하던 학생들을 안 좋게만 보던 시선에서 이제는 학생들을 이해하며, 안부를 묻는다.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예산이다. 센터가 활성화되다 보니 점점 찾아오는 식구들이 늘고 있다.

어르신들은 100여명, 학생들도 200여명 가까이 찾아오고 있다. 어르신들 점심식사 제공은 어떻게든 꾸려가고 있지만 점점 반찬이 줄고 있다. 처음에는 1식 3찬을 유지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3가지 반찬을 준비하는 게 빠듯하다. 그래서 카레 같은 단품 요리 위주로 식단을 마련하고 있다.

또 다과 같은 간식거리도 마련해야 한다. 더운 날 학생들이 오면 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 주고는 해야 하는데, 예산 문제로 그런 것을 할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깝기만 하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도움이 가장 필요하다.



앞으로의 바람은.

현재 이곳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의 공동체의식은 그 어디보다도 강하다. 예전 마을의 주변인이었다면 이제는 마을의 주체로서 활동을 하고 계신다.

이런 변화와 움직임이 마을 공동체를 이뤄 가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곳 센터가 사회복지 시설이 없는 곳에서 자생한 하나의 모범 사례가 돼 모두가 인정하는 ‘마을가정지원센터’로 발돋움하는 게 목표다.

/유진상기자 y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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