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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재외동포와 ‘재한동포’

 

지난 6월27~29일 롯데호텔서울(소공동)에서 개최된,재외동포재단 창립 20주년 기념 2017 세계한인학술대회는 몇 가지 점에서 의의가 큰 행사였다. 첫째, 행사의 규모와 지역이 종전과는 달랐다. 지금까지 재외동포학술행사는 주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CIS 등 이주역사가 길고 거주동포의 수가 많은 국가/지역 중심이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유럽과 남미, 동남아와 호주-뉴질랜드 등으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둘째, 연구자뿐만 아니라 NPO 활동가들이 참여한 것도 특별했다. 해당 국가/지역마다 한인커뮤니티의 활동가들이 직접 주요 현안들을 제기했는데, 한인사회가 이주와 정착을 넘어 지역사회의 재생과 기여 등에까지 역할을 감당하고 있음을 확인해주었다.

이번 학술대회의 세 번째 의의는, 필자가 보기에 재외동포의 연구와 정책이 ‘재외동포’로 국한하지 않고 ‘국내거주 재외동포’(재한동포)로 확대된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재외동포재단이 주도한 4개의 기획세션 중에 <국내거주 재외동포 실태 및 정책>이 한 세션으로 기획되었으며, ‘국내거주 재외동포 현황과 제도적 차별 실태’로 중국동포와 고려인의 사례가 소개되었다. 국내외 연구단체와 NPO가 주관한 지역세션에서도 중국과 러시아-CIS 지역에서 각기 ‘재한 동포사회의 성장과 과제’와 ‘안산과 광주의 고려인마을과 도시재생’이 발표되었다.

NPO 활동가와 연구자뿐만 아니라 이제 중앙과 지방정부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재한동포’는 1999년 재외동포법 제정 시에 자유왕래가 가능한 재외동포(F-4) 비자 대상에서 제외된 중국의 조선족과 구소련의 고려인들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살면서 오랜 단절의 시간을 보내온 중국동포와 고려인동포들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남쪽의 대한민국이 ‘동화(童話)와 같은 나라’임을 알게 되었다. 1992년 한중수교를 계기로 중국동포들은 ‘코리안 드림’을 이루기 위해 한국을 찾기 시작했다.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고려인동포들은 초기에는 선교단체 등 NPO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한국 땅을 밟기 시작했다.

한민족이지만 ‘재외동포’의 자격을 부여받지 못한 중국동포와 고려인동포들은 불법체류 상태로 한국살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로써 종교단체 등 NPO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었지만 중국동포사회는 자체 한국어신문도 발행하기 시작했다. 중국동포와 고려인동포들이 ‘준’ 재외동포의 법적인 신분을 갖게된 것은 2007년 3월 최장 4년10개월까지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게된 방문취업제(H-2 비자)의 시행이후였다.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3D 업종이지만 자유왕래도 가능하고 또 가족을 초청하여 함께 살 수 있게 되면서 재한동포사회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13만명의 한국 국적자를 포함해 78만명에 이르게 된 재한중국동포사회는 수도권 및 지방에 집거지를 형성하고 ‘이주동포’가 아니라 이미 ‘귀환동포’로 살아가고 있다. 서울의 경우, 구로구 가리봉동과 영등포구 대림2동은 중국동포타운 혹은 차이나타운으로 ‘자생력’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광진구 자양동의 양꼬치거리는 이미 명소가 되었다. 경기도의 경우, 다문화1번지 안산시(원곡동)를 비롯해 수원시(고등동)와 시흥시(정왕동)도 규모가 큰 차이나타운을 형성했다. 고려인동포는 최대 4만5천 명까지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경기도 안산시 선부2동과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2동에 집거지, 고려인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고려인동포들도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으면서 자조(自助) 단체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고려인사회도 지성(知性)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017 세계한인학술대회는 전 세계로 뻗어 나간 재외동포가 더 큰 대한민국에 얼마나 소중한 인적자원인가를 다시 확인해주었다. 또한 에스닉집거지를 형성하고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국내거주 중국동포와 고려인동포들이 ‘귀환동포’로 지역사회의 발전과 재생에도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확인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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