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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사또의 원시 탈출

 

남들이 볼 땜 무골호인이지만 집에서는 쇠고집에 융통성도 없고 도무지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벽도 문이라고 우기며 열겠다고 덤비는 사람이라 안방 사또라고 부른다. 남들이 무슨 짓을 하건 세상이 어찌 돌아가든 관심이 없다. 아침에 일어나 하루 세끼 먹고 주어진 일을 하고 저녁이면 밥상머리에서 어머니와 둘이 막걸리 한 잔 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똑같은 생활을 반복하고 산다.

휴대전화도 차도 컴퓨터도 문명의 이기와는 도무지 가까워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자전거나 TV 정도면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고 한다. 새 옷을 사오면 잘 맞는지 어울리는지 한 번 입어보라고 하면 그냥 허투루 입어보는 척 하고 맘에 든다고 하고 다시 입는 법이 없다. 옷이라고 입는 것은 일 년 내내 티셔츠에 늘 같은 색 츄리닝 바지를 입고 신발도 사계절 슬리퍼로 산다. 교복도 계절 따라 바꾸어 가며 입는데 사또께서는 계절도 없고 유행도 없이 그야말로 일심동체라고 할 정도다.

동창회나 다른 모임에서 회의나 경조사 공지를 해도 연락이 닿지를 않으니 총무가 뭐라고 해도 끄떡도 않는다. 결국 가까이 사는 친구가 집으로 찾아오거나 유선통화를 하기도 하고 아니면 안사람의 휴대전화로 알려준다. 제발 전화 좀 하나 장만하라고 온갖 협박이나 회유를 해도 마이동풍이다.

화무십일홍이요, 권불 삼년이라 했는데 그렇게 요지부동이던 사또의 원시인 놀이에 제대로 태클이 걸렸다. 하고 있는 개인 사업장이 어머님이 대표로 되어있었다. 그런데 어머님이 연로하시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본인 명의로 변경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생겼다. 문제는 관련서류를 준비하고 카드 가맹점 승인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가 절대로 필요했다. 예전 같으면 그냥 번호를 불러주기만 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모든 것을 철저하게 검증하기 때문에 배우자 명의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다 필요 없어 걸고 받는 것만 되는 공짜 폴더 폰을 개통하기에 이르렀다.

휴대전화가 울리면 열기는 했는데 방법을 몰라 전화기를 들고 여보세요만 외친다. 그러다 그냥 끊어진다고 공짜라서 그렇다고 타박이다. 찬찬히 걸고 받는 법부터 가르친다. 그래도 통화 버튼과 종료 버튼을 혼동해서 여전히 바쁜 아무개 엄마를 외친다. 하는 수 없이 신호등을 비유로 설명을 했다. 파란불은 가라는 뜻이고 빨간불은 정지 신호라는 것을 생각하고 그대로 하라고 설명을 한다.

그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무슨 문자가 왔는데 열어 볼 수가 없다고 또 보채기 시작이다. 금융기관이나 카드사의 홍보문자도 있고 스팸도 있고 하나하나 열어 보여주며 또 설명을 한다. 삭제하는 방법도 가르치고 또 중요한 번호 저장하는 방법이나 사진 촬영 하고 저장하는 방법과 갤러리에서 찾아보는 방법 등 가르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바쁠 때 보채면 귀찮기도 하고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아이 하나 기르는 셈 치고 살살 달래면서 컴퓨터도 배우라고 해볼까 하는 욕심도 생긴다. 그렇게도 말을 안 듣던 사또께서 스스로 족쇄를 받아들이느라 더위에 애쓰는 모양이 귀엽기도 하다.

누군가의 말에 말 안 듣고 고약한 남편을 두고 세상에서 제일 못 돼서 아무도 안 데리고 사는 아들 그냥 내가 데리고 산다 하고 마음먹으면 그나마 속이 편하다고 하던데 바로 그 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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