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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윤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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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7월 17일  20:48:51   전자신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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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숙 시인

올해는 오월이 윤달이다. 윤달은 음력을 기준으로 하여 4년에 한번 정도 돌아오는 여벌의 달로 윤달에는 뭘 해도 탈이 없다는 속설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미뤄 두었던 일을 한다.

윤달에는 송장을 거꾸로 세워도 탈이 없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궂은일도 탈이 나지 않는 달로 여기고 있다.

예전에는 어르신이 있는 집안에서는 수의도 만들고 산소를 손질하거나 이장하는 일을 했다. 수의를 미리 만들어 놓으면 장수한다는 말에 아버지는 손수 좋은 베를 골라 할머니 수의를 만드셨다. 내 기억으로는 한 열흘 넘게 수의를 꿰매던 것 같다. 마을에 솜씨 좋은 여인네들이 모여 재단을 하고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했다. 살아서 고생하셨으니 마지막 가는 길은 좋은 옷 손수 지어 보내드리고 싶다며 온갖 정성을 다했다. 그 수의를 볕 좋은 날을 골라 펴 널고 좀약을 넣어 벌레가 들지 않도록 잘 손질하여 장롱 위에 얹어두고 할머니의 무병장수를 기원하셨다. 아버지의 정성덕분인지 할머니는 수의를 만들고 10년도 넘게 장수하시다 돌아가셨다.

돌아가신 후에도 윤달이 든 해에는 사초를 하고 뗏장을 새로 입히는 등 산소 가꾸기에 정성을 쏟곤 하셨다. 조상을 잘 섬겨야 자식도 잘 되는 법이라며 조상 제대로 섬기지 않는 집안치고 잘 되는 집이 없다며 늘 조상 섬기기를 강조하시곤 했다.

지금이야 장례식장에 필요한 물품이 마련되어 있어 따로 준비하는 가정이 드물지만 우리 어릴 적엔 수의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자식 된 도리로 여기기도 했다. 해서 아직 생존해계신 어머니의 수의도 만들어 놓았다. 요즘 세상에 누가 그런 것을 만들어 집안에 보관하느냐고 반대하는 형제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면 어머니가 무병장수 하실 거라는 믿음으로 수의를 만든 지도 꽤 오래되었다.

그런저런 이유로 장례용품을 취급하는 곳은 윤달이 대목이다.

우리도 며칠 전 산소 이장을 했다. 윤달 중 손 없는 날을 골라 오산에 있는 조부모 산소를 공주 선산으로 모셨다. 조상님의 집을 옮겨드리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절차도 복잡했다. 산소에 손을 대기 전에 산신과 조상께 제를 올려 부득이하게 산소를 이장하게 되었으니 용서해주시고 이해해 달라고 부탁을 하고 파묘를 시작했다. 80여년 된 유골을 수습하여 선산으로 모시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상석을 미리 맞추고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작업 중 쏟아지는 소나기가 복병이었다. 전문가의 손을 빌렸어도 폭우에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파묘한 곳의 토질이 좋아 유골의 상태가 좋다는 말이 위안을 주기도 했지만 고생 끝에 유골수습이 잘 끝났다. 다행히도 공주는 흐리기만 할 뿐 비가 그쳐서 안장을 무사히 했다. 이사 온 집에서 평안하시라고 조상님께 제를 올리는 것을 마지막으로 이장을 끝냈다. 윤달을 기다려 몇년 째 미루던 일이었다. 비 한 방울 없이 이어지던 극심한 가뭄 끝에 오는 단비라 고맙기도 했지만 작업에 어려움이 따랐다. 산 사람이 집을 옮기는 것도 번거롭고 힘들지만 망자의 거처를 옮기는 일 또한 만만치 않은 과정이었다.

윤달에는 많은 일을 한다. 특히 산소를 새롭게 단장하거나 이장하는 일은 윤달을 택한다. 이런저런 날을 피해 무해무덕한 날을 고르기 위함이다. 새로 이사한 집에서 조부모님이 평안하시길 기도하며 돌아서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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