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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만 되면 자주 듣게되는 말 가운데 하나가 백의종군(白衣從軍)이다. 흰옷을 입은 채로 전쟁터로 가겠다는 뜻이니 비장감마져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이말을 쓰는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도전에 실패했거나, 다툼에서 패배를 인정했을 경우다.
예컨대 대권에 도전했다가 실패했을 때, 타의에 의해 당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을 때, 권력의 중심에서 천하를 쥐락펴락하다 내몰림을 당했을 때 영낙없이 백의종군을 외쳐댄다.
특히 백의종군을 천명한 사람치고 대가 없는 전쟁에 동참한 경우는 드물다. 열의 아홉은 적당한 시기에 자취를 감추거나, 차후를 노리며 칼을 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때문에 백의종군을 하겠다면 백만원군을 얻은 것처럼 반기기 보다는 의심과 경계를 하는 것이 우리의 정서다.
옛부터 우리는 흰옷(白衣)을 승상했다. 그래서 ‘백의민족’이라했고, 자랑으로 여겼다.
육당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에서 “우리민족은 옛날에 태양을 하느님으로 알고, 자기네들은 이 하느님의 자손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태양의 광명을 표시하는 의미로 흰빛을 신성하게 알아서 흰옷을 자랑삼아 입었다”라고 하였다.
백의는 지금도 고결, 결백, 성결(聖潔)을 상징한다. 때문에 표리부동(表裏不同)한 백의종군은 흰옷과 흰색에 대한 모독이 될 수밖에 없다.
검은 옷에 익숙했던 인간이, 무욕(無慾)과 평화를 상징하는 흰옷으로 갈아 입는 것은 그들의 자유다.
그러나 그 자유가 집단과 개인을 혼란스럽게 하는데 그치지 않고, 배신과 복수를 위한 준비로 악용된다면 이는 용납될 일이 아니다.
8선의 관록에도 불구하고, 깨끗이 정계를 떠나는 이만섭 전 국회의장의 용퇴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백의종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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