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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수원시 김해영씨 같은 공직자가 많아야

예전에 책을 가장 가까이 할 것 같지만 잘 안 읽는 직장인들이 공무원과 기자, 교사란 말이 있었다. 물론 우스갯소리다. 사실 이 직업군들은 책을 읽지 않으면 뒤처져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러니까 이 말은 남들보다 더 많이 공부를 해야 한다는 뜻인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공직자들에게 책을 읽게 하기 위한 특별한 제도가 있었는데 이것이 ‘사가독서(賜暇讀書)’다. 세종대왕 때 관청에서 공무에 종사하는 대신 집이나 절에서 독서를 하며 학문을 연구하게 한 것이다.

이 혜택을 받은 인물 중에는 신숙주·성삼문도 있다. 성종은 용산의 빈 절집에 ‘독서당’이라는 편액을 내려 사가독서 장소로 이용하도록 했다. 중종 때엔 옥수동에 독서당을 지었는데 현째까지도 ‘독서당고개’ ‘독서당길’이란 지명이 남아 있다. 이 제도가 지금도 시행된다면 공직자들의 환영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자기계발을 위해 바쁜 일과 속에서도 치열하게 공부하는 공직자들이 많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수원시에 근무하는 김해영씨다. 그는 대학원에서 유교철학을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철학과 함께 정치와 복지 석사 학위도 받았을 정도로 치열하게 공부했다. 주경야독하기 위해 남들이 기피하는 산골짜기 상수도 정수장에서 자원근무하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이 배운 것을 세상에 환원하고 있다. 2004년부터 공직자 철학특강을 했으며 지금도 도서관 등에서 시민과 공직자를 상대로 무료 철학 강좌를 열고 있다. 그 이유는 시민과 공직자, 특히 공직자들이 철학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몇 해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공직자들이 철학정신이 없으면 일반 회사원과 다를 바가 없어요. 오로지 시민을 위해야한다는 정신을 갖고 있지 않다면 공직생활 그만둬야 합니다.” 부패한 고위직 공무원들이 많아서 국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도 했다.

또 하위직 공직자들의 인권을 위해 노조활동을 시작, 현재 수원시 민주공무원노조위원장을 맡아 봉사하고 있다. 실천하는 지식인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가 최근 ‘대학’ ‘논어’ ‘맹자’ ‘중용’의 핵심을 가려 뽑아 강의한 ‘사서강의’를 펴냈다. 일곱 번째 저서다.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를 마친 뒤 짜장면 배달원, 전기·가스기사, 트럭 운전사, 공인중개사, 해외 노동자 생활 등을 거쳐 중·고등학교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치고 박사학위까지 받은 그의 삶은 인간승리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공직자가 많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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