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솎다

/박철웅

텃밭에서 배추 상추 고추 잎들을 솎아내다가

솎아낼 일이 어디 이것 뿐이겠는가 생각하다가

세상에서 솎아줄 것들이 도처에 널려있음을 본다

차마, 그 대상을 일일이 다 말은 못하겠지만

우리가 가던 길목에도 솎아줄 것이 많고

내 삶의 주변도 솎아줄 것이 많고

내 마음 속의 기억들도 솎아줄 것이 많지만

그중의 나, 내 마음부터 솎아주어야겠다는 생각

불현듯 들어

쇠주 한 잔 붙들고서 지나온 내 삶의 자취를

비추어 본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내 삶의 풍경들

때론 비바람이 불고 꽃도 피었지만

초라한 내 생각의 몰골을 바라보면서



이제 하나 둘 정리할 시각이 가깝다는 생각에

술잔을 조용히 내려놓으며

석양이 빚어놓은 수채화 속으로 물들어 간다

- 계간 아라문학 겨울호에서

 

 

 

텃밭의 배추나 상추도 어려서부터 솎아주어야 먹음직스럽게 자란다. 그냥 내버려두면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린다. 사람도 제것이라고 어려서부터의 모든 것을 다 들고 어른이 될 수는 없다. 부모가 솎아주고 주변에서 솎아주고 학교에서 솎아주어야 정상적으로 사회에 필요한 인물로 자라게 된다. 자신 역시 스스로 솎아주는 작업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세상에는 솎아주지 못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쓸모 있는 인물로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 있을 것이다. 서로서로 솎아주는 배려는 어려운 일일까. /장종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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