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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부르는 비의 종류는 많다. 그리고 살가운 우리말이 대부분이다. 빗방울이 가장 작은 것은 ‘안개비’다. 그보다 약간 굵은 비는 ‘는개’라 한다. ‘이슬비’는 ‘는개’보다 굵지만 ‘가랑비’보다는 가늘다. 맑은 날 느닷없이 왔다 가는 ‘여우비’도 있다.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비는 고마움을 담아 ‘단비’라 불렀다. 모두가 자연 현상의 정취를 자아내 정겹다.

하지만 같은 비라도 ‘장맛비’는 아니다. 워낙 질기게 내리는 탓에 몸은 처지고 기분은 개운치 않아 환영 받지 못한다. 인명과 재산 피해까지 내서 더욱 그렇다.

시인들에게도 장마만큼은 반갑지 않은 손님이었던 모양이다. 조병화시인은 “지금 나는 비에 갇혀 있습니다/갈 곳도 없거니와/갈 수도 없습니다/지금 세상 만물이 비에 묶여있습니다”라고 했을 정도다.

장마는 여름철 직전 한반도 근처에서 생겨나는 독특한 기상 현상이다. 온도차가 큰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서진하고, 습기가 많은 오호츠크해 고기압이 남하해 6월 중순쯤 한반도 근처에서 만나 장마전선을 형성한다. 습기 많은 이 전선이 한 달여를 머물면서 날이 흐리고 자주 비가 오게 되는데 이것이 장마다.

이런 장마철이면 생체 리듬에 변화가 생기곤 한다. 인체가 기압과 습도 및 일조량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장마철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 같은 현상과 무관치 않다. 전문가들은 뇌의 ‘솔방울 샘’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멜라토닌’ 때문이라고 한다. 인체의 바이오리듬을 조절하는 멜라토닌은 눈에 들어오는 빛의양에 따라 분비량이 달라지는데, 주위가 밝으면 적게 분비되고 어두우면 많이 분비된다. 그래서 일조 시간이 짧거나 흐린 날이 길어지면 체내에 멜라토닌 양이 늘어나 심하면 우울증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우울증은 잘 알려졌다 시피 심해지거나 방치할 경우 자살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올 장마는 심술이 유별날 것 이라는 전망이다. 연일 전국 곳곳에 집중호우가 오락가락 하고 충청지역 피해에서 보듯 한번 뿌리면 인정사정없이 ‘물 폭탄’을 쏟아 부어서다. 거기에 9월까지 태풍을 동반해 이어질 것이라는 예보도 있어 짜증을 더하고 있다./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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