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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칼럼]은근과 끈기와 고요에 친화력있는 한국문화

 

요즘 SNS에 보복운전 블랙박스 영상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보복운전은 경찰청 통계를 기준으로 2015~2016년에 하루 평균 6명이 입건되었다고 한다. 그 신고 건수는 3천770건에 달한다. 보복운전은 ‘고의적’이기 때문에 명백한 범죄행위이며 실제 2차, 3차 사고로 이어져 대형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또한 하도급법이 금지하는 수급 사업자에 대한 원사업자의 보복 행위도 사회적인 문제이다. 하도급법 위반 행위를 신고하거나 공정위 조사에 협력한 하도급 업체에 거래 단절, 거래 물량 축소 등의 불이익을 제공하는 원도급 업체의 보복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은 과거보다 확실히 조급하다. 경제성장과 ‘조국근대화’를 빨리 이루기 위한 조급성이, 우리 사회를 여유 없는 경쟁사회로 만들고, 우리 국민들을 느긋하지 못한, 조급하고 허둥대는 국민으로 만들었다. 물론 한국뿐만 아니라 급속한 산업화를 겪는 곳에서는 어느 정도든지 조급성과 빨리빨리문화가 나타난다. 만만디의 나라로 알려진 중국도 대도시에서는 그런 면모를 볼 수 있다. 한국 대도시 못지않은 조급성과 자본주의 소비문화의 홍수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일부 계층과 일부 지역에 국한된다. 나라 전체로 보면 한국에 비할 바가 아니다. “빨리빨리” 문화는 승강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의 대부분의 승강기는 열림장치 버튼만이 있다. 같이 승차하기 위해서 누군가를 기다려야 할 경우를 위해서 예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승강기 문이 닫히기까지의 단 몇 초의 시간도 잃지 않기 위해서, 자동으로 문이 닫히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게 닫힘 버튼 역시 설치가 되어있다. 승강기에 타자마자 열림과 닫힘 버튼을 재빨리 조작함으로써 승강기가 승하차에 정확하게 필요한 시간만을 정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떤 때는 승강기를 타려고 달려온 사람을 한두 명 놓고 출발하는, 승하차에 필요한 시간만큼도 정지하지 않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은 대부분 여유를 잃어버리고 살아간다. 마치 무언가에 늘 쫓기는 듯이 보인다. 은행에서, 공공장소에서, 식당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곳 등 도처에서 이런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인들은 습관적으로 “빨리 빨리”란 말을 내뱉는다. 한국을 좀 아는 외국인에게 한국인의 특징을 말해보라고 하거나, 가장 많이 아는 한국말을 말해보라면 어김없이 빠지지 않는 말이 “빨리 빨리”일 것이다. 우리가 배워 온 선조들의 삶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여유와 관조, 은근함과 끈기를 우리 조상들의 모습이라고 배워왔는데 오늘날의 한국인은 이와는 반대로 조급하고 성급하게 행동하고, 여유롭지 못하며 서두르게 행동하다가 큰 낭패를 당하거나 실례하는 한국인의 모습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월드컵 경기 때의 거리응원, 이재민을 돕기 위한 불우이웃돕기나 봉사활동, IMF때의 금모으기 운동 등은 우리의 단합된 국민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단결성이 평상시에 지속되지 못하고 냄비 근성으로 끝나는 것도 한국인의 특징일 것이다.

일본 지하철 플랫폼에서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다가 자기 목숨을 내준 이수현씨 같은 의인의 심성이 한국인의 몸에 흐르고 있다. 이와 같이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약한 자를 보호하려는 심성을 가진 한국인이다.

마음은 행동의 바탕이다. 한국인의 마음이 오늘의 ‘한국’을 만든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나, 경주 남산 삼화령에 있는 ‘석조미륵삼존불상’을 보라. 이것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한국인의 또 다른 마음이 보인다. 저 바깥으로 끓으며 뻗치는 ‘요란함’과는 다른 은근과 끈기와 고요에 친화력을 보이는 기질이다. 맞서기보다 도망가고, 숨고, 참고, 순응하며, 받아들인다. 지금 이 시각에도 당신의 마음은 다른 무엇을 향하여 흐른다. 그 마음을 보자. 우리의 눈으로 우리 마음을 보자. 우리 정체성을 남에게 묻지 말자. 이제는 자기성찰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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