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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휴가 그리고,

 

본격적인 휴가 시작이다. 아파트 주차장에 꽉꽉 들어찼던 차들이 헐렁하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더위를 피해 산과 바다로 피서를 떠난 것이다. 집 나서면 고생이라지만 그래도 며칠씩 받는 휴가를 알차게 보내기 위해 실속 있는 휴가계획을 세운다.

더러는 고향으로 더러는 해외로 나들이를 가기도 하지만 돌아보면 우리 산천이 좋다. 동해안으로 커브를 꺾다보면 물이 차서 발을 담그기 겁나는 계곡도 있고 탁 트인 동해바다는 아이들과 함께 파도타기하며 놀기에 좋다. 조금만 발품을 팔다보면 울울창창한 산과 계곡사이로 새들의 노래 소리도 정겹고 골을 타고 오는 시원한 바람이 회색 숲에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해준다.

몇 해 전 우리가족은 남해 쪽으로 여행지를 잡았다. 해운대도 가고 부산에 있는 친구도 만날 겸 해서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하룻밤을 지내고 아쉬운 마음으로 헤어지며 안동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댐 근처를 지나는데 달맞이꽃이 지천이다. 달맞이꽃은 밤에 피는 꽃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너른 묵정밭이 노랗다.

달맞이꽃을 보는 순간 참 보기 좋다는 생각과 함께 욕심이 생겼다. 달맞이꽃으로 발효액을 담그면 여러모로 쓸모가 있고 몸에도 좋다는 말에 언젠가는 꼭 한번 담가봐야지 했는데 발효액을 담글 만큼의 달맞이꽃을 만나지 못해서 아쉬워하던 참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만류하는 남편과 딸애를 뒤로하고 꽃밭으로 갔다. 꽃을 몇 개 따자 먼지가 많이 날렸다. 땀과 먼지와 그리고 목이 텁텁하고 재채기가 연실 났다. 그만둘까하다가 내친 김에 조금이라도 따서 발효액 한번 담가보고 싶은 마음에 욕심을 냈다.

견디기 힘들만큼 몸이 괴로웠다. 할 수 없이 꽃밭을 나왔는데 갑자기 목에 꽉 막히면서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서둘러 알레르기 약을 먹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순간 목소리를 잃는 것이다. 겁나고 무서웠다. 남편은 비상등을 켜고 달렸고 딸애는 가까운 병원을 수소문했다. 나는 목이 막히는 것을 조금이라도 피하기 위해 물을 계속 흘려 넣었다. 다행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종합병원이 있었고 응급실로 들어갔다. 남편이 상황설명을 하자 큰 주사바늘이 내 혈관에 꽂혔고 수액이 줄줄 쏟아져 들어갔다. 누우면 그대로 숨이 막힐 것 같아서 눕지도 못했다. 얼마간 수액이 들어가니 조금씩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몸이 조금 진정되면서 간단한 검사를 했다. 입원을 해서 상황을 지켜보자고 했다. 휴가 중이라 입원은 좀 어렵겠다는 말에 집 근처에 가서 정확한 검사를 받으라며 약을 처방해주었다.

나도 놀랐지만 혼비백산한 가족에게 미안했다. 서너 시간을 초긴장상태로 있었던 남편과 딸의 핀잔을 들었다. 평소에 알레르기가 있었는데 꽃가루와 먼지가 그대로 몸 안으로 들어오면서 급성으로 상황이 악화된 것 같다.

긴급처방은 했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휴가를 끝낼 수밖에 없었다. 낚시 좋아하는 남편은 낚싯대를 펼쳐보지도 못했고 딸아이의 계획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해서는 안 될 일을 한데 대한 지독한 처벌이다. 그 후 몇 달 동안 나는 고생을 했고 다시는 발효액에 욕심을 내지말라는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집 밖에 나서면 많은 위험요소들이 도사리고 있다. 안전운전은 물론 물놀이사고며 식품위생 등 매사에 신경을 써서 즐겁고 행복한 휴가가 되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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