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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의 ‘구실 세(稅)’자는 벼 화(禾)변에 기뻐할 태(兌)자를 쓴 형성문자다. 풍년을 감사하며 하늘에 제사 지낸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후 곡식으로 나라에 바치는 조세라는 뜻으로 쓰이다가 오늘날에는 개인 아닌 국가에 내는 세금이란 뜻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국민이면 이러한 세금을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그리고 타당하든 아니든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때문에 생활양식까지 바꿔버리는 경우도 흔하다. 17세기 러시아 황제 표트르 1세가 귀족들에게 수염을 자르라고 명했다. 쇄신을 위해 구습을 버리라고 한 것이다. 거센 반발이 일었다. 오랜 풍습이자 러시아정교가 중시하는 수염을 깍으라 했기 때문이다. 황제는 명령이 먹혀들지 않자 세금이란 수단을 꺼내들었다. 계급에 따라 비싼 세금을 부과했다. 그러자 하나 둘 명령에 따르기 시작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수염세다.

비슷한 시기 영국엔 창문세도 있었다. 당시 윌리엄 3세는 호화주택에 세금을 부과하는 아이디어를 채택했다. 처음엔 벽난로가 있느냐 없느냐로 호화 여부를 따졌으나 나중엔 창문 수를 기준으로 과세했다. 호화주택엔 창문도 많다는 데 착안한 일종의 재산세였다. 그러자 사람들은 집을 지을 때 아예 창을 내지 않게 됐다. 지금도 유럽의 오래된 집들엔 창문이 거의 없는 이유다 .

세금은 이처럼 덜 내려는 측과 더 많이 걷으려는 정치세력 간 이해관계가 항상 충돌하는 소재다.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일군 소득과 부를 권력이 최대한 걷어간다고 생각해서다. 따라서 세금은 정치·사회 제도의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도 한다. 또 대단히 예민한 문제여서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세금을 걷어야 하는지를 잘못 결정하면 계층 간 갈등 증폭과 사회적 불안감으로 이어진다.

최근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대기업과 고속득자에 대한 ‘부자증세’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담뱃세와 유류세 인하까지 추진하며 ‘서민 감세’로 맞불을 놓는 등 여야간 세금 논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내는 세금은 없다고 했다. 그런 세금을 빌미로 힘겨루기를 하는 정치권 때문에 계층 간 골이 더 깊어지지나 않을까 걱정이다./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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