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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 같은 수다로 교육부담 뚝… 열린 사랑방서 공동육아 실현

시흥 ‘에이스 사랑방’

 

도창초 재학생 95% 같은 단지 거주
정보 공유로 학부모 간 끈끈한 유대

희망마을 만들기·어울림 마을학교 등
다양한 지원 사업 참여… 성과 보여

은가비합창단 활약·9월 벼룩시장 개최
인근 주택가 주민도 사랑방 운영 동참


“도서관 넘어 소중한 보금자리 탈바꿈”

‘아버지가 자식을 가르치는 마음은 농부가 곡식을 기르는 마음과 같다. 곡식을 잘못 기르면 온 가족이 굶주리게 되듯, 자식을 잘못 가르치면 온 가족이 위태로운 재앙을 당하게 된다’는 훈자오설(訓子五說)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마을 공동체가 있다.

시흥시 도창동 시흥에이스1차아파트 단지 내 위치한 작은 도서관 ‘에이스 사랑방’은 ‘나’와 ‘너’가 아닌 ‘우리’의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인근에 위치한 도창초등학교 재학생의 95%가 해당 아파트 단지에 거주할 만큼 학부모 간 또는 학부모와 아이들 간, 나아가 세대 간 끈끈한 유대를 맺고 있다.

이 때문인지 이곳의 육아는 조금 특별하다. 800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에는 ‘1012호 사는 ○○가 등굣길에 넘어져 오른쪽 무릎을 다쳤다네’라든지, ‘오늘 1101호 ○○네 엄마가 모임 때문에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네’라든지, 가령 ‘1003호 사는 ○○가 오늘 받아쓰기에서 100점을 받았다네’ 라는 등의 깨알 같은 정보(?)로 가득하다.

이들이 특별한 것은 이 같은 한담에만 그치지 않고, 실제로 공동육아에 나선다는 것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속담이 실현되는 마을, 개인주의가 팽배한 오늘날 마을 사람 대부분이 한마음, 한뜻으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풍경은 이제 와서 오래된 동화 속의 이야기가 돼버린 것은 아닐까.

나아가 이들에게는 진정한 마을 공동체 실현을 위한 매개 공간이 필요했고, 도창초등학교 학부모회를 주축으로 모임을 결성, 지난 2015년 경기도 ‘따복 공동체 공간 조성 사업’에 선정돼 지금의 ‘에이스 사랑방’이 탄생하게 됐다.
 

 

 

 

 


하지만 사랑방 조성 당시 어려움도 많았다.

아파트 관리동 2층에 들어선 현재의 사랑방 장소가 당초 입주자 대표 회의실 및 입주자를 위한 운동시설로 사용되고 있어 내부 규정에 따라 입주자 대표와 입주민의 과반수 동의를 얻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일부 주민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에이스 사랑방 이명희 대표를 비롯한 학부모회 회원 10여 명은 살을 에는 듯한 한 겨울 추위에도 800세대의 벨을 눌러야 했고, 결국 입주민 80%의 동의를 얻어냈다.

또 입주민 공동시설인 아파트 관리동 건물을 사용하다 보니 전기요금이나 수도요금 등 공동 관리비에 대한 부담은 물론 도서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노인 세대의 반발이 일기도 했지만 설득에 설득을 거듭한 끝에 이들까지 포용할 수 있었다.

이후 시흥시와 여러 지역사회단체로부터 후원을 받아 ‘희망마을 만들기’, ‘어울림 마을학교’ 등 지원 사업에 참여해 꾸준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또 희망마을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창단하게 된 ‘은가비합창단’이 지난 2014년 첫 마을 음악회를 개최한데 이어, 올해는 전국 최초 아동문화제인 ‘제1회 따오기 아동문화제’에 참석해 아름다운 하모니를 연출하기도 했다.

더불어 오는 9월 16일에는 인근 도창초등학교와 함께 벼룩시장을 운영하기로 하는 등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펼쳐 나갈 계획이다.

에이스 사랑방 이명희(43) 대표는 “시흥시 행정구역 중에서도 문화적으로나 지리적으로 동떨어진 도창동의 주거환경 때문에 교육적 자구책 마련이 절실했다”며 “현재는 우리 아파트 단지뿐만 아니라 인근 주택가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사랑방 운영에 동참하고 있을 정도다. 에이스 사랑방은 도서관이라는 단적인 이미지를 넘어 도창동에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보금자리로 탈바꿈했다”고 말했다.

 

이 명 희 에이스 사랑방 대표

시흥 ‘외딴섬’ 우리 마을이

함께 책 보고 이야기로 활기찬

소통하는 주민통합공간으로


“시흥의 ‘외딴섬’으로 여겨지던 우리 마을에 주민과 아이들이 책도 보고 이야기도 나누며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죠.”

‘에이스 사랑방’ 이명희 대표는 현시대에 만연해 있는 이기를 안타까워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우리 마을의 경우에는 청소년과 청년층 거주자에 비해 유아나 초등학교 저학년, 노인 거주자 비율이 월등히 높아 정체돼 있는 느낌이 강했다”며 “이 때문에 주민통합에 있어서도 어려움을 느꼈고, 마을이 활기를 띠기 위해서는 주민통합을 위한 매개 공간이 절실했다”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이어 “지금의 사랑방은 마을 도서관이라는 단순한 이미지를 넘어 마을 전체가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주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공간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은 물론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 공간을 제공할 수 있게 돼 더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 사랑방을 일종의 동네 어린이집으로 착각하는지 하루 종일 아이를 맡기고 여가를 즐기는 젊은 부모들이 종종 있다”며 “순수 봉사자로 구성해 운영되고 있는 사랑방의 당초 목적이 일부 주민에 의해 변질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전하기도 했다.

또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사랑방 봉사자가 많이 부족한 형편”이라며 “우리 마을을 위해 애쓰고 있는 기존 봉사자들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되는 만큼 주민 한 명, 한 세대가 힘을 모아 사랑방 운영에 적극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나아가 “재정적 자립은 마을 공동체가 존속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고, 전국의 모든 마을 공동체가 극복해야 할 큰 숙제”라면서 “이를 위해 우리 에이스 사랑방도 타 지자체의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하고, 나아가 더 높은 수준의 마을 공동체로 도약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명희 대표는 “마을이 곧 학교요, 서로가 서로를 지키는 울타리”라면서 “우리 마을이 사라지지 않는 한 에이스 사랑방은 영원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홍민기자 wal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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