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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쟁 시작된 곳… 길마다 동화·예술 피어나다

 

평화누리길 파주 6∼9코스

‘경계의 땅’ 파주는 전쟁이 시작된 지역이면서 또 그 전쟁을 끝내기도 한 지역이다. 155마일 군사분계선이 가로새겨진 기점이자 남북화합과 교류의 시대를 연 역사적 공간 파주는 분단의 현장 옆으로 아이러니하게 동화 같은 예술인 마을을 두고 있다. 이어 새로이 건설되는 첨단도시까지 지켜보고 있노라면 파주가 어떤 지역인지 알쏭달쏭 궁금증이 자란다. 평화누리길 6~9코스인 출판도시길, 헤이리길, 반구정길, 율곡길을 느긋하게 거닐며 한 곳 한 곳 각각의 매력을 살펴보자.
 

 

 


6코스 출판도시길… 이국적인 건물 지나 통일전망대 만나는 길

평화누리길 6코스인 출판도시길(총 10km)은 이국적인 건축물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파주 출판도시에서부터 인공으로 조성된 생태습지, 문발동·신촌동·송촌동 등 마을, 하구 습지,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지나는 코스다.

출판단지는 단순 산업단지가 아닌 산업적 측면과 다양한 문화공연 전시가 공존하는 출판과 문화의 중심지다. ‘좋은 공간 속에서 좋은 시각, 좋은 글, 좋은 디자인이 나오고 그것이 곧 바른 책을 펴내는 것으로 연결 된다’는 믿음에서 출발한 책의 도시이자 건축의 도시인 셈이다. 이곳엔 책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세련된 건축믈, 관련 박물관, 도서관과 책방, 카페 등이 결합된 이색 공간들이 많아 전체적으로 고요함을 느낄 수 있어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천국이나 다름없다.
 

 

 

 


적막함을 벗어나 길모퉁이에 들면 인공으로 조성한 늪지가 나온다. 편안히 걷기엔 안성맞춤이다. 시원한 강줄기는 어느새 한강에서 임진강으로 변해있고, 구불구불 만들어진 길을 따라 걸으면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 있는 마을길이 나타난다. 신촌동을 지나 언덕길을 넘으면 송촌동이, 송촌동을 지나 공룡천을 넘으면 눈앞에 ‘통일’이라는 이름의 전망대가 나타난다. 오두산성에 위치한 통일전망대는 민족 분단의 아픔을 공유할 수 있는 곳으로 평화누리길의 의미와 가장 부합하는 공간이다. 전망대에 오르면 저 멀리 임진강과 그 너머 북녘 땅이 보인다. 망원경 너머로는 희미하게나마 김일성사적관, 북한군 초소, 인민문화회관 등도 볼 수 있다.
 

 

 

 


7코스 헤이리길… 프로방스·경기영어마을 모여 있는 코스

총 21km의 헤이리길은 파주의 예술적 이미지가 가장 돋보이는 길이다. 헤이리 예술마을을 비롯해 경기영어마을, 프로방스 등 다양한 볼거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7코스 들머리인 성동사거리에서 북쪽으로 직진하면 헤이리 예술마을에 도착한다. 이곳은 작가, 미술인, 음악가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이 모여 만든 파주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공간이다.

갤러리와 박물관, 전시관, 공연장, 레스토랑, 게스트하우스, 아트숍 및 예술인들의 창작 공간과 거주공간이 어우러져 있다. 시작점과는 조금 떨어져있지만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예술작품을 한 데서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발길을 두면 좋다.

다시 성동사거리로 돌아가, 좌측 언덕길로 올라 30여 분 걸으면 작고 예쁜 프로방스 마을에 닿는다. 골목길부터 오밀조밀 파스텔 톤 건물들이 서있다.

이국적 모습을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은 이곳에는 프랑스 레스토랑과 카페, 꽃집, 허브 가게, 인테리어 소품 가게 등이 나란히 있다. 길목마다 예쁜 소품들이 화사한 색감을 뽐낸다. 한 바퀴 둘러보는데 30분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작아 여유를 찾기에 제격이다.
 

 

 

 


프로방스를 나오면 자유로를 따라 나란히 뻗은 농로가 이어진다. 건너편 임진강을 감상하면서도, 길 사이사이 남은 분단의 흔적이 보인다. 강 주변으로 철책과 군인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 조금은 삭막한 분위기도 연출된다.

한참을 걷다 보면 오금배수장이 나온다. 오금리에는 민통선 안쪽으로 넓은 평야가 자리한다. 오랜 옛날 임진강 하구의 개펄을 막아 만들어진 평야, 오금리벌이다.

이어 임진강 지류인 문산천을 향했다가 마지막 구간 반구정이 있는 마을에 이른다. 이곳은 7코스 마지막 구간으로, 매년 철새와 따오기가 찾아와 장관을 이룬다는 특징이 있다.
 

 

 

 


8코스 반구정길… 들판·야산 어우러진 풍류를 만날 수 있는 곳

반구정길은 선조들의 풍류와 넉넉한 자연의 품을 만나는 길이다. 반구정 에서 화석정까지 농촌의 들판과 야산이 펼쳐진다. 이 길에서는 우리나라 대표 안보관광지인 임진각과 DMZ 내에서도 생태의 보고로 손꼽히는 초평도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를 만날 수 있다.

먼저 ‘옛 선비의 흔적’이 남은 반구정이 시작이다. 임진강변 작은 봉우리에 세워진 반구정은 황희 정승이 관직에서 물러난 뒤 갈매기를 벗 삼아 여생을 보내던 곳이다.

탁 트인 전망 아래로 임진강이 벗이 되던 이 정자는 지금 그 앞으로 철조망이 둘러쳐져 옛 시절을 무색케 한다. 반구정 앞 주차장, 지하도를 지나 왼쪽으로 꺾어지면 한적한 농로가 이어진다.

이어서 닿는 철길 건널목은 파주를 관통하는 철로이자, 서울에서 신의주까지 518.5km를 잇는 경의선이 지나는 길이었다. 경의선은 약 100여 년 전, 러일 전쟁이 발발한 1904년 일본이 군용철도 목적으로 부설했다. 국도 1호선을 만나는 길목에서 시선을 좌측으로 돌리면 임진강역이 시야에 잡힌다.
 

 

 

 


임진강역은 민간인이 신분 확인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경의선의 마지막 역이다. 근처에는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공원에는 전쟁과 관련된 흔적들이 자리하는데, 특히 경의선을 마지막으로 달렸던 증기기관차도 만날 수 있다.

마정리와 장산리를 지나는 길은 한적하고 평화롭다. 두 개의 언덕길을 오르면 초평도가 시원스레 내려다보이는 장산전망대에 닿는다. 초평도는 임진강 안에 있는 유일한 섬으로, 한때는 사람이 거주했지만 지금은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면서 자연 상태 그대로 복원됐다.
 

 

 

 


9코스 율곡길… 신생대 화산으로 만들어진 주상절리 장관

율곡습지공원부터 황포돛배까지 이어진 평화누리길 9코스(총 17km)는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주상절리 위에 조성됐다. 코스가 시작되는 율곡습지공원은 버려졌던 습지를 단장해 만든 곳으로, 주변에는 폐품을 활용한 전시품과 임진강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 등이 놓여있다. 공원 옆에는 임진강과 철조망이 있으며, 오른쪽 갓길을 지나면 두포리를 만나게 된다. 길은 호젓한 박석고개 산길로 이어지고, 싸목싸목 걸어 산자락을 내려오면 은어와 피라미가 많이 산다는 눌노천에 걸려 있는 금파교를 만난다. 금파교를 지나면 다시 길은 임진강으로 돌아오는데 이곳이 9코스의 하이라이트다. 신생대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주상절리와 그 위에 만들어진 적벽 산책로가 그 주인공이다.
 

 

 

 


장파리 적벽은 임진 8경 중의 하나로 약 60만 년 전 철원 부근에서 분출한 용암이 만들어준 풍광이다. 햇빛을 받으면 절벽 전체가 붉은 빛을 띤다고 해 적벽이라 이름 붙여졌다. 장파리를 넘어 산길을 건너면 9코스의 종착지인 두지나루에 닿는다. 두지나루는 북녘땅에서 시작한 물길 사이로 남과 북을 잇는 황포돛배가 힘차게 오가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는 포구다. 반세기 넘게 왕래가 끊겼던 황포돛배는 2004년 복원돼 일부 구간을 운행하기 시작,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임진강을 일반인에게 유일하게 구경시키고 있다.

/이연우기자 27yw@

사진=경기관광공사·파주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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