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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딸을 사겠소

 

어떤 시골 마을에 대대로 말을 기르며 사는 집이 있었다. 젊어서는 꽤나 규모가 크고 말을 잘 기른다고 소문이 나서 근동에는 물론 멀리서도 말을 사러오거나 그냥 구경을 하려고 사람들이 찾아들었다. 말도 새끼를 잘 낳고 일꾼들도 말을 잘 돌보았다. 그러나 해를 거듭하면서 젊은 사람들이 말을 기르는 일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일손이 딸리다 보니 점점 버거운 일이라 말을 팔고 규모를 줄여나갔다.

이제 집에 일꾼이 한 사람도 남지 않았고 부부는 노인이 되어 말을 두 마리 씩이나 기르는 것도 무리였다. 더 이상 말을 거둘 수가 없는 지경이 되자 정이 많이 들어 다른 사람에게 팔아넘기는 게 서운하기도 했지만 둘 다 암말이니 얼마 지나면 또 새끼를 낳을 것 같아 생각다 못해 한 마리를 팔기로 했다.

집에 있는 두 마리 말은 생김새와 크기 털의 색깔도 아주 똑같이 닮아 쌍둥이 같은 그 두 마리 말은 공교롭게도 모두 암컷이었다. 한 마리는 어미이고 다른 하나는 딸이라고 한다. 주인 부부가 나이가 들어 눈도 침침하고 정신까지 가물가물해서 아무리 말을 여기저기 살펴보아도 어느 말이 어미인지 딸이지 도무지 분간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말을 사기로 한 사람이 기왕이면 젊은 말을 사야 일도 잘 하고 새끼도 많이 낳고 오래 기를 수 있으니 새끼를 낳지 않은 젊은 말을 사기로 했다. 바로 딸을 데려가기로 한 것이다.

생각하다 못해 어느 말이 어미이고 어느 말이 딸인지 맞추는 사람에게 사례를 하겠다고 했다. 모두들 이리저리 궁리를 했고 각양각색의 답이 나왔다.

“입을 벌리고 이빨을 살펴보아 숫자가 많고 튼튼한 말이 딸이다.”

“발을 들고 발굽을 보면 단박에 알 수 있지.”

“무슨 소리야! 말은 원래 천성이 달리는 거 아니겠어? 달리기를 시켜보는 거야.”

모두들 자기의 말이 옳다고 힘을 주며 말을 했다. 그러나 말만 무성했지 아무도 수긍할 만한 답이 없자 노부부는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말을 사가기로 한 사람은 계속해서 독촉을 했다. 이대로 가면 거래가 무산될 판이었다. 바로 그 때 마을에서 외떨어진 작은 집에 사는 아이가 찾아왔다.

“말 두 마리에게 말죽을 한 그릇만 주면 알 수 있어요.”

“어떻게 알 수가 있겠느냐?”

“두 마리 중에 나중에 먹는 말이 어미입니다.”

“어째서 그런고?”

“제 어머니께서는 언제나 그렇게 하시니까요.”

모든 사람들은 탄복을 했고 말을 사기로 한 사람은 무사히 어미가 아닌 딸을 데리고 갔다. 그 영특한 소년에게는 사례가 아닌 후한 상이 주어졌음은 두 말할 나위도 없었다. 자애로운 어머니가 사랑으로 아들을 길렀고 나중에 이 소년은 과거에 급제하고 벼슬길에 나가 백성을 사랑으로 보살폈다. 사랑이 사랑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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