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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워서 남 주는 문화공간… 학생들 모여 아름다운 ‘꽃이 되었다’

안전 통학·재능 발전·상담 매진… 주민들도 관심
학습지도·원어민 중국어 회화 등 다양한 프로그램
싱어송라이터 과정 주목… 가수와 로고송 제작 중

 

군포 ‘꽃이 되었다’

군포시 양정초등학교 언덕길에 위치한 한 상가건물 1층 서너 평 남짓한 공간에 자리 잡은 ‘꽃이 되었다’.

얼핏 이름만 보면 화원을 연상시키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가운데 테이블과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책이 있는 작은 카페로 마을 주민들, 특히 학생들을 위한 쉼터이자 배움터 역할을 하고 있다.

‘꽃이 되었다’는 ‘학생들은 꽃봉오리가 아닌 이미 꽃’이라는 뜻으로 지난 2014년 12월 처음 문을 열었다. ‘배워서 남주자’를 가치로 지역사회 청소년을 보호하고 교육하며, 이 청소년들이 다시 마을을 섬기는 새로운 마을 문화공동체로 활동하는 게 주요 목표로, 100% 주민들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운영에는 3가지 기본 방향이 있다. 학생들의 안전한 통학, 재능 발전, 1:1 맞춤형 상담 등이다.

처음 문을 연 후 따복 사업 지원이 있기까지 이곳의 모습은 열악했다. 대표인 정아론(31)씨가 본인이 준비했던 유학자금으로 시작했기에 임대 보증금만 간신히 마련할 수 있었던 탓이다.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한 책·걸상이나 책을 꽂아둘 책장조차 없어, 마을 이곳저곳을 다니며 누군가 버린 물건을 주어와 비치한 게 전부였다.

처음 시작 후 주민들에게 알려지면서 십시일반 후원이 잇따랐으나 기본적인 운영비 외 시설 투자는 엄두도 못 낼 형편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 2015년 9월 경기도의 따복 사업을 알게 돼 공간조성사업으로 공모, 시설 인테리어를 하게 됐다. 약 한 달여의 공사가 마무리된 후 정말로 깔끔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탈바꿈 했다.

쉼터를 방문하는 학생들도 너무 좋아해 찾아오는 발길도 잦아졌다.

또 낮 시간에는 마을 어르신들에게 개방하는데, 마을 어르신들도 오다가다 들리시며 훨씬 좋아진 모습에 본인들 일처럼 즐거워하고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주민에게 개방하고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는 청소년들 전용 공간으로 활용한다.
 

 

 

 


현재 이곳을 이용하는 학생들은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3까지 15명 정도로 이곳에서 함께 활동했던 대학생 한 명도 종종 놀러오고 있다.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규모에 비해 정말 많다. 다양한 경험을 아이들에게 해 주고 싶어 하는 정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영어 수학 등 기초 학습지도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원어민이 직접 하는 중국어 회화, 지역아동센터와 연계한 호신술, 건강운동 등 가짓수가 10여 가지가 넘는다.

이중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은 작년 1월부터 시작한 ‘싱어 송라이터’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이 직접 작사 작곡을 하고 노래를 하는 것으로, 마을 로고송과 ‘꽃이 되었다’ 로고송도 제작 중에 있다. 음원사이트 등록을 하는 것이 목표로, 현직 가수로 활동 중인 분도 와서 도와주고 계신다.

이 프로그램을 할 때는 학생들이 정말로 즐거워한다. 직접 작사 작곡을 한 노래를 불러 보며, 어느 부분이 잘 되는지 안 되는지 등 서로서로 논의하며 곡을 완성해가고 있다.

정 대표는 “부자가 아니라도 가진 것이 없어도 서로가 배움의 나눔을 통해 보람을 느끼는 공동체의 삶을 알아가는 것이 ‘꽃이되었다’의 주된 목표”라고 말했다.
 

 

 

 


“사각지대 아이들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파”

정 아 론 꽃이 되었다 대표


“교육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습니다”

비영리단체 ‘꽃이 되었다’를 설립 운영하는 정아론 씨는 국가 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학생들의 교육복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는 존재한다고 말한다.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아이들 대부분은 가정에 문제가 있거나 형편이 좋지 않아 보살핌을 못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성격이 적극적인 아이들은 기관에서 운영하는 청소년센터나 청소년 수련관 등을 이용,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경험을 쌓아가면서 본인의 꿈을 찾아간다.

그런데 소극적인 아이들은 이조차 이용할 엄두도 못 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점점 주변 사회와 담을 쌓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정 대표는 이런 아이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했고, ‘꽃이 되었다’를 시작했다.

“처음 시작할 때 고민이 많았다. 신앙적 고민일 수도 있겠는데, 한 사람의 삶에 개입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 하는 것”이다. 일단 시작하면 그만둘 수도 없었기에 특히 고민이 많았다.

“처음엔 결혼을 하고 아내와 유학을 갈 생각이었는데, 여러 고민들이 쉽게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결론은 아이들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었고, 결혼한 그 해 ‘꽃이 되었다’를 시작하기로 결심, 2014년 12월부터 아이들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처음 유학비를 털어 전세보증금을 내고 나니 남은게 없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네 곳을 다니면서 당시 다니던 대학원비와 운영비를 충당했다. 대학원은 현재 휴학 중이지만, 추후 여유가 되면 사회복지분야의 전문적인 공부를 더 한다는 계획이다.

시작 당시 많은 도움이 됐던 것은 본인의 의지에 대한 어머니와 아내의 존중이었고 그래서 너무 감사하다는 정대표.

어머니 역시 오랫동안 지역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공부방’ 형태의 지역 복지단체에서 일을 해 왔고, 아내가 사회복지재단에서 근무하고 있었던 것도 본인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정 대표의 아내도 함께 ‘꽃이되었다’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마을 공동체나 꿈의 학교에 이어 마을 학교가 부각이 되고 있습니다. 조금 아쉬운 점은 관 주도로 되다 보니 민간에 실질적 혜택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좀 더 많은 아이들이 교육 복지의 혜택을 받아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리를 잡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은 정 대표. ‘꽃이 되었다’가 비영리법인으로 등록된다면 더 많은 아이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정 대표의 바람이다.

/유진상기자 y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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