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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조화와 균형의 도농복합도시, 화성을 꿈꾼다

 

태양은 여전히 뜨거운데, 절기는 어느새 입추(立秋)에 달했다. 잠시나마 내린 단비에 하늘이 바다만큼 푸르고, 여름의 끝자락에 메달린 매미의 울음은 우렁차기 그지없다.

그런데 파란 하늘 아래. 지나는 거리마다 색이 바래져 가는 현수막이 늘어만 간다.

“니가 싫으면 나도 싫다!”

“55년 매향리 아픈 땅에, 이번에는 전투비행기냐!”

국방부가 수원전투비행장 이전후보지를 화성의 화옹지구로 발표한 후 주민의 상실감이 커짐과 동시에 충격과 분노가 격해진 것이다.

남양을 넘어 화성서부권의 신도시 향남에 다다르면, 손으로 직접 써내려간 붉은 글씨의 현수막들이 즐비하다.

홍성에서 화성의 송산까지 이어지는 서해선 복선전철이 화물을 싣고 도심한가운데를 관통하여 지상으로 달린다는 소식에 망연자실한 시민들 역시 수개월째 투쟁중인 것이다.

길을 돌려 우정. 조암으로 들어가면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다.

우정에 거주하는 지역민의 이야기로는, 전에는 갯벌에서 조개 캐고 낙지 잡고 했는데, 갯벌이 메워진 후에는 농사도 짓고 소도 키우고 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주민들은 그렇게 한번 삶의 터전을 내어준 경험이 있는 것이다. 그것은 인생에 아주 큰 변화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그 땅에 산업폐기물을 매립하는 시설이 3개나 들어온다고 하니 소란하던 화성서부가 그야말로 뒤집어 지고 만 것이다.

한번 메꾼 갯벌에서 다시는 조개와 낙지를 잡을 수 없듯이, 한번 훼손된 자연은 쉽게 되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 화성의 서남부는 이미 난개발로 곳곳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시골마을 주택인근까지 공장이 들어서고, 주변 농가에서는 악취로 두통에 시달리고 사업주와 갈등을 빚고, 끝내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상담까지 받는 암울한 상황들도 접한 적이 있다. 주민이 삶의 터전을 위협받고 있으니, 주객이 전도되어도 한참 전도되었다.

상황이 이러할진데 하늘에 전투비행기, 지상에 화물철도, 땅에는 산업폐기물이라니 머릿속에 그려지는 화성의 미래 청사진이 가히 재앙에 가까운 지경이다.

우리 화성서남부는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해안선이 살아 있는 자연의 보고이자 쉼터이다. 철새도래지, 공룡알 화석지와 같은 천혜의 자연에 겸하여 신라시대 당항성과 같은 문화유적에 이르기까지 우리 시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과 자산이 넘쳐난다.

어디 그뿐인가. 동부권에 자리한 동탄신도시는 화성안의 또 다른 화성으로 불릴 정도로 수준 높은 도시화가 이루어져 있다. 서부권이 가지고 있는 자연과 자원의 브랜드화까지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화성은 그야말로 국내 제일의 도농복합도시로서의 최고브랜드를 가지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얼마 전 화성시가 궁평리 솔밭에 흉물스러운 철조망을 걷어내고, 둘레길을 조성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잃었던 삶의 터전이 먼 길을 돌아 주민과 국민에게 돌아온 것이니,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국방안보의 프레임 안에 군공항을 넣어 무리하게 이전시키고, 주민편익이라는 가림 막 안에 정작 주민이 원치 않는 도심 속 화물철도를 설계하고, 천년을 이어갈 귀한 땅 속에 덜컥 산업폐기물을 묻어 버리는 과오가 벌어진다면 수도권의 1.4배 아름답고 문화와 역사가 쉼 쉬는 우리 땅 화성의 천년지계(千年之計)가 참으로 어둡다고 감히 전하고 싶다.

그저 우리네 삶의 터전을 지키고, 후대에 온전한 모습으로 돌려주고자 ‘아니오!’ 라고 외치는 주민의 성토에 누구나를 막론하고 모두가 귀를 열어 듣고,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그래서 모두가 길을 잃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여름 끝자락에 매달린 매미의 시원시원한 울음소리가 화성의 웃음소리가 될 그날을 고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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