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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가장 많은 질병에 시달린 임금은 성종이다. 왕조실록엔 13세에 즉위한 그가 온갖 질병으로 고생했다는 언급이 무려 73차례나 있을 정도다. 병을 달고 산 성종은 그러다 결국 38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 성종을 괴롭힌 많은 병들 중엔 서병(暑病)도 있었다. 요즘으로 치면 ‘여름 감기’다. 실록엔 11세에 한명회의 집에서 얻은 서병이 매년 여름철만 되면 재발했으며, 심한 경우는 인사불성까지 갔었고 두통과 감기, 설사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았었다고 기록돼 있다.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 속담도 있지만, 사실은 예부터 의외로 주변에서 많이 앓는 질병이다. 특히 요즘은 성능이 좋은 에어컨 덕분에 속담이 무색할 정도로 병원마다 환자가 줄을 잇고 있다. 겨울 감기만큼이나 독하고 잘 낫지 않으며 중한 경우 생명을 잃을 수 도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한여름 무더위만큼이나 우리를 괴롭히는 여름감기를 일명 냉방병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냉방병은 정확한 의학적 명칭은 아니다. 피검사나 방사선검사 등으로 진단되는 것이 아니어서다. 다만 에어컨과 같은 냉방기기에 노출돼 재채기, 콧물, 두통, 근육통 등을 보이는 현상이어서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에어컨이 보편화되면서 생겨난 신종 질환인 셈이다.

냉방병은 냉방에 의한 과도한 기온차, 습도변화, 에어컨의 위생상태에 따른 공기청정율, 냄새, 환기상태, 곰팡이, 유기화합물, 박테리아 독소, 대상자의 과로와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에어컨의 냉각기에 서식하는 ‘레지오넬라’균이 가장 위험하다. 허약자나 면역 기능이 약화된 사람이 이 균에 감염될 경우 여지없이 병에 걸리기 십상 이어서다. 만약 치료를 미뤘다가는 폐렴으로 쉽게 진행될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한다.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냉방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냉방병 발병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요즘 보온을 위한 제품들이 때 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체온유지, 냉방병 관련 상품의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최대 11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더위와 전쟁’ 언제쯤 끝나려나?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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