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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가 떴다. 저물녘 어미오리가 새끼 다섯을 앞세워 현장학습 중이다. 물살을 가르며 종종종 어미의 뒤를 따른다. 산책을 나서보면 늘 한 쌍의 청둥오리가 노니는 것을 보았는데 수습되는 듯 했던 AI가 다시 창궐했다는 뉴스가 있을 쯤 한 놈이 막 모내기를 끝낸 논에 처박혀 죽은 것을 관계기관에 신고한 적이 있다. 그 후 한 마리만 보이더니 그놈이 저들의 아비였나.

어미 따라 종종대는 모습이 가관이다. 앞서거니 따르거니 노는 모습이 얼마나 앙증맞고 귀여운지 한참을 바라보다 동영상으로 찍어 지인에게 보내기도 했다. 오리는 하루가 다르게 컸다. 며칠이 지나자 어미 꽁무니만 따라붙던 녀석들 제법 물질을 한다. 가끔은 무리에서 이탈하는 놈이 보이기도 했지만 이내 한 무리가 되곤 했다. 내 짐작이 맞는다면 짝을 잃은 청둥오리의 슬픔이 새끼들을 보면서 위안이 되었을 것이다. 혼자서 알을 품고 새끼를 부화시키는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고통 뒤의 희열도 함께 했을 것이다.

동물의 세계를 보면 각기 다른 방법으로 종족을 보존한다. 가시고기는 부성애로 유명한 물고기다. 암컷이 산란을 끝내면 수컷이 둥지를 지키며 알의 부화를 돕는다. 새끼를 적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먹이사냥도 하지 않고 몸빛을 바꿔가며 둥지를 지키고 알이 부화되는 것을 돕다가 결국은 새끼들에게 자신의 몸을 내주고 죽는다. 아버지가 그렇게 종족을 지켜낸 것처럼 자신도 새끼들에게 온 몸을 내주고 생을 마감하는 부성애가 남다른 물고기로 유명한 반면 사마귀는 교미가 끝나면 암컷이 수컷을 먹어치운 후 알을 주머니에 담아서 주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지혜를 보이기도 한다.

각기 자신들의 방법으로 종족을 지키며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을 보면 신비롭고 아름답지만 동물의 세계나 인간세상이나 살아남기 위한 과정은 처절하다. 만물의 영장이고 생각하는 동물인 인간 또한 생로병사의 과정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낳아 가족이라는 둥지를 만들고 그 울타리 안에서 이런 저런 일을 겪고 살아가지만 살면서 가족을 잃는 슬픔이 가장 크다. 만남의 기쁨과 이별의 슬픔이 공존하지만 특히 남편이나 자식을 잃는 것은 극도의 스트레스라고 했다.

친척 중 남편을 잃고 오래지 않아 자식까지 앞세운 여인의 절규를 보았다. 손톱이 빠지도록 벽을 긁어대며 몸부림치다가 실신하기도 하고 정신이 돌아오면 다시 울다가 피를 토하기도 했다. 온 몸으로 슬픔을 토해내는 것이 차마 눈뜨고는 보지 못할 고통이었다. 자식 앞세우고 무슨 염치로 밥을 넘기고 잠을 잘 수 있느냐며 차라리 죽는 것이 사는 일보다 덜 고통스럽겠다며 죽고 싶지만 혼자 남겨질 다른 자식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없는 자신이 원망스럽다고 울부짖었다.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될 수 없고 고통을 나눌 수 없음을 절감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건 그런 것이다.

그녀는 아픔을 가슴에 묻고 산다. 웃다가도 울고 먹다가도 운다. 기뻐도 울고 행복해도 운다. 미워할 수 있는 가족이 있음에 감사하고 아옹다옹 함께하는 가족이 곁에 있음에 더 이상 욕심내지 말라는 말을 하는 그녀가 슬프게 웃는다.

가족으로 산다는 것은 많은 인내심과 양보가 필요하다. 사랑에도 대가와 책임이 따른다. 자신과 가족을 위해 건강을 잘 챙겨야한다. 계속되는 폭염에 불쾌지수가 높다. 나로 인해 가족과 주변이 고통받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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