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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 미술… 두 세계의 아름다운 공존

 

 

2005년 ‘금산갤러리’로 시작
참나무 살리는 미술관 설계 착안

2006년 대한민국 건축상 수상도
자연친화적 교육으로 창의력 쑥쑥
클래식 음악 연계한 수업도 진행

백순실 관장, 후배들 전시 기회 주려
“자신 개인전은 열지 않아” 원칙 고수

파주 헤이리 블루메미술관

현대적인 미술관과 박물관을 비롯해 아기자기한 공방, 아트숍, 레스토랑까지 다양한 즐길거리로 가득한 헤이리마을은 8월 피서철을 맞아 문화적 체험을 하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인다.

헤이리마을의 한켠, 색색의 리본이 화려하게 걸려있는 건물이 눈에 띈다. 전시가 한창 진행중인 이곳은 2013년 문을 연 블루메 미술관이다.

여느 미술관과 다를바 없는 현대적인 건축물인가 싶지만, 미술관 가까이 다다르자 특별한 풍경이 눈을 사로잡는다.

미술관 한쪽 벽에 난 구멍으로 여러 갈래로 뻗은 나뭇가지는 미술관의 시간과 함께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카페테라스 곁에는 백순실 관장이 정성스레 키운 꽃과 나무들로 편안한 느낌을 배가시킨다.

자연과 미술, 다른 듯 닮은 두가지 이야기가 공존하는 블루메미술관을 만나보자.

2005년 파주 헤이리마을에 ‘금산갤러리’로 문을 연 미술관은 관장의 이름을 딴 ‘백순실미술관’에 이어 2013년 블루메미술관으로 1종 미술관에 등록됐다.
 

 

 


 

 

 

40여년간 회화작가로 활동해온 백순실 관장은 지금도 한해에 100여작품을 완성할만큼 열정적으로 작업하는 작가다. 오랜시간 작가로 활동했기에 누구보다 미술인들의 삶을 잘 알고 있는 백순실 관장은 후배들에게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자 미술관을 건립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의 작품은 개관전 이후 한번도 이 곳에서 전시하지 않았다. 높은 천장과 계단식 구조, 넓은 창으로 구성된 전시장은 회화보다는 실험적인 작품들을 소개하기 좋게 꾸몄다.

 

 

 

백 관장은 “전시할 기회가 적은 후배들에게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지은만큼 내 개인전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전시공간도 다양한 작업들을 소개하기 적합하게 꾸며 직접 만지고 보고 느끼며 체험할 수 있는 전시들을 주로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술관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것은 참나무다. 참나무 군락이었던 부지에 미술관을 짓게됐고 한 귀퉁이에 걸리는 나무를 차마 잘라버릴 수 없었던 백순실 관장은 건축가에게 나무를 살리면서 미술관과 공존할 수 있는 설계를 요청했다.

계속 자라는 나뭇가지를 보존해야 했기에 미술관 건축에 드는 비용과 시간이 예상보다 많이 소요됐지만, 자연친화적으로 지어진 블루메미술관은 2006년 대한민국 건축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백 관장은 “굴참나무를 처음 발견한 학자의 이름을 따 블루메미술관이라 지었고, 참나무는 미술관을 상징하는 존재가 됐다. 입구의 참나무에서 알 수 있듯 블루메미술관은 자연과 공존하는 삶을 미술로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전했다.

각각 학예연구실장과 학예교육팀장을 맡고 있는 두 딸은 백순실 관장의 든든한 조력자다. 개관때부터 미술관 운영을 함께하고 있는 두 사람은 생명을 지향하는 백순실 관장의 가치관을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구체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미술관을 연 첫 해에는 ‘조각의 속도’, ‘흙과 바람’, ‘장소의 시학’ 전시를 통해 조각, 회화, 설치 등 다양한 장르를 망라했다면 2014년과 2015년에는 ‘모모! 논리와 미디어가 만나다’, ‘공간 리듬일기’, ‘풍덩, 인터페이스’ 등 미술관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에 집중했다.

2016년 인간의 관계에 대해 예술적으로 풀어낸 ‘실과 빛-관계의 시작’, ‘한뼘의 온도-관계 측정의 미학’ 등의 전시도 호평을 받았다.

블루메미술관은 매년 다른 주제를 가지고 서너 차례의 전시를 기획하고 있지만, 그 기저에는 ‘미술관이란 무엇인가’라는 대 전제가 깔려있다.

김소영 학예교육팀장은 “미술관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은 단순히 작품과의 조우뿐 아니라 미술관 안에 들어오는 순간 시작된다. 미술관 정원에 핀 꽃을 보고 느낀 아름다움, 카페에서 시원한 레모네이드를 마시며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의 즐거움 등 전시는 부수적인 역할일 뿐 미술관을 방문한 이들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통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올해는 미술관에서 보다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정원을 주제로 세 차례의 전시를 기획, ‘정원사의 시간’, ‘정원놀이’, ‘나무와 만나다’로 2017년을 채운다.

전시는 바닥에 떨어진 흙과 물을 머금은 식물 냄새로 관람객들에게 미술관에서 그동안 할 수 없었던 생경한 경험을 제공할 뿐 아니라 아이들이 물을 주고 잎을 만져보며 생생한 자연을 체험할 수 있어 유의미하다. 여기에 아이들이 즐거우면서도 효과적으로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고민한 작가들의 노고가 더해져 전시를 풍성히 채운다.

전시와 마찬가지로 교육 프로그램 역시 자연을 소재로 건강한 창의력을 키울 수 있도록 꾸몄다.

미술관 부지에 단호박 심고 텃밭을 가꿔서 단호박 식혜를 만들어 보는 ‘미술관 키우다’ 프로그램은 6개월이라는 긴시간 진행됨에도 인기가 높다.

올해로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예술육아의 날’은 미취학 아이들을 대상으로 자연물을 이용한 놀이를 함께 해보거나 클래식 음악에 관련된 소장품을 활용, 연주를 듣고 음악그림 해설을 들려주며 알차게 진행된다.
 

 

 


하반기에는 피아니스트 엄마가 들려주는 한여름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이야기부터 피아졸라의 춤추는 탱고 수업, 마을의 오랜 시간을 지켜온 큰 나무이야기, 엄마 조각가의 나무동물만들기 등의 수업들이 11월 말까지 진행된다.

블루메미술관에서는 “만지지 마”, “조용히 해”라는 여느 엄마들이 아이에게 하는 핀잔을 들을 수 없다. 설령 전시에 흥미가 없더라도 정원에 핀 꽃을 보거나 엄마와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한 이 곳에서의 짧은 순간이 아이들에게는 큰 의미가 될 수 있다. 블루메미술관에서는 이처럼 다양하고 흥미로운 가능성들을 찾을 수 있다.(문의: 031-94 4-6324)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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