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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었다

/이성필

친구 덕분에 물때를 배운다

내 생전에는 관심도 없이 지나갔을 일

늘그막에 친구는 어부가 되고 나는 어부의 친구가 됐다

젊어서 윗물에서만 살던 사람이

아랫물 해남까지 내려가서 낙지를 잡는단다

밤낮 없이 바다 물살은 들어오고 나가고 할 것이다

조차가 큰 사리의 삶 그럭저럭 조금의 삶

한때는 만조였던 사람

늘 그러리라 사는 나의 일상에도 물이 빠져 나간다

천천히 그러다가 순식간에 텅 비는 바다

검푸른 갯벌에 배를 걸었다



-계간 아라문학 여름호에서

 

 

 

사실 인생은 변화무쌍하다. 생각대로 일이 이루어지기도 어렵고, 평생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밤낮없이 아름다운 꿈을 꾸고, 그 꿈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어쩌면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믿고 사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신없이 살다가 어느날 문득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순간 화들짝 놀라곤 한다. 썰물, 바닷물이 일시에 빠져나가 버리고 텅 빈 자리에 갯벌만 드러누워 있는 것이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하지만 시인은 빈 갯벌에 배를 걸어두고 있다. 다시 걷겠다는 것이다. 다시 밀물을 기다리는 것이다./장종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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