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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역사와 문화콘텐츠

 

영화 ‘군함도’에 이어 ‘택시운전사’가 화제다. 전자는 일제강점기 일본 군함도(하시마, 군함 모양을 닮아 군함도라 불림)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400여 명의 조선인들 이야기이고, 후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현장취재를 통해 광주의 참상을 해외에 알린 외신기자인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도운 택시운전사 그리고 광주시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영화 ‘군함도’의 경우 스크린 독점 문제와 함께 역사왜곡의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사실 군함도는 소설가 한수산의 2003년에 나온 5부작 ‘까마귀’와 이를 개작해 2010년에 펴낸 ‘군함도’ 그리고 KBS1TV의 역사스페셜 ‘지옥의 땅, 군함도(2010.8.7.)’와 역사저널 그날 ‘군함도의 두 얼굴(2015.6.25.)’ 등에서도 다루어진 바 있다. ‘택시운전사’와 마찬가지로 ‘군함도’도 역사를 소재로 한 역사영화, 문화콘텐츠다.

문화와 콘텐츠의 합성어인 ‘문화콘텐츠’는 문화적 요소를 지닌 내용물이 미디어에 담긴 것을 통칭하는 것으로 온라인 매체만이 아니라 오프라인 영역에서 사람들이 지적·정서적으로 향유하는 모든 종류의 무형자산으로 확장되어왔다. 문화콘텐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정부 주도의 문화콘텐츠 육성·지원 사업이 점차 확대되어 가자 한국의 인문학 연구자들도 문화콘텐츠 생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인문학의 위기’를 타개하는 방법의 하나로 문화콘텐츠를 위한 인문학의 응용·방법이 모색되면서 ‘문화콘텐츠학’ 전공 또한 탄생된 것이다.

역사학도인 필자는 처음에는 영상문화와 영상역사학 그리고 지식정보화 시대에 역사학은 디지털역사학과 만날 수밖에 없다는 생각과 함께 문화콘텐츠 연구와 강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되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사학과에서 <영상역사학입문>(2002)과 <역사와 문화콘텐츠>(2007) 강좌를 시작하고 각기 6차례 강의했다. <영상역사학입문>이든 <역사와 문화콘텐츠>이든 대부분 후학들과 팀티칭으로 진행했다. 가르치는 것이 배우는 것이지만 특정 시대사나 주제 강의와 달리 다양한 주제와 내용으로 강의할 수 있기 때문이었고, 또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자 하는 마음에서였다.

2017년 가을 학교생활을 마감하면서 다시 사학과에서 <역사와 문화콘텐츠>, 또 3년간 몸담고 있는 지식콘텐츠학부에서 <지역문화워크숍>과 <축제와 관광>, BK21+ ‘에스닉-코리아타운 도시재생’ 사업단을 운영하고 있는 대학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에서 <에스닉타운과 지역재생>과 <CIS문화콘텐츠분석>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 5개 과목 모두 팀티칭이고 강의실 밖 현장수업 일정도 포함되어 있다. 10월 마지막 주말의 오사카 이쿠노 코리아타운 축제에도 다섯 번째 마지막으로, 동료 교수 및 학생들과 함께 참여할 예정이다.

필자는 지난 15년 이상 구체적인 자료(문헌)에 입각한 역사논문 쓰기에서 ‘인문적 상상력이 빚어낸 콘텐츠의 세계’를 이해하고 관련 프로젝트가 요구하는 문화콘텐츠 글쓰기까지 수행해왔다. 때로는 연구논문이 학술논문이라기보다 ‘잘 정리된 보고서’라는 평가도 받았다. 순수 역사학에서 출발하여 문화콘텐츠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만나 배우면서 가르치고 또 실사구시(實事求是) 차원의 결과물을 산출하면서 글쓰기 자체가 변한 탓이기도 했다. 후회는 없다. 2018년 2월28일 정년(定年)으로 대학을 떠난 후 지역에서 NPO 활동으로 ‘지식 나눔’을 가질 계획이기 때문이다.

디지털시대다. 이제 어떤 과목이든 인문교육은 디지털원어민(Digital Natives) 세대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디지털 환경에서 ‘읽을’(reading) 뿐 아니라 ‘쓸’(writing) 수 있도록 하는, 그래서 배우고 암기하는데 머물지 않고 응용하고 창조하고 표현할 수 있는 교육이다. 디지털기술을 익히는 것이 쉽지 않은 디지털이주민이지만, 사학과의 <역사와 문화콘텐츠> 외에 지식콘텐츠학부와 대학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의 강의에서도 위키 콘텐츠 제작까지 시도하려는 이유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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