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디지털 세상에서 벗어나는 열쇠 ‘손 노동’

매튜 박사, 노동 의미 깨달아
손 노동 인해 사람 느긋해져
현대사회, 기계 사용 합리적

 

월스트리트는 똑똑하고 야심찬 젊은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으로 손꼽히던 예전의 명성을 잃었다.

사무실에 갇혀 결국 정보 시스템의 조작자나 창조성이 떨어지는 단순한 일꾼으로 살아가는 화이트칼라 직업들도 100년 전에 수공제작업이 당했던 것과 똑같은 논리로 진행되는 관례화와 쇠퇴를 맞고 있다.

20세기 초반 육체노동이 잘게 나뉘어 조립라인에 맞춰 단순노동화되는 과정을 거쳤듯이, 21세기 들어 사무실 노동 또한 잘게 나뉘어 단순노동화되고 있는 것이다.

시카고 대학에서 정치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의 사회사상위원회와 워싱턴의 유망한 싱크탱크의 책임자로 일하는 등 전형적인 지식노동자의 길을 걸어온 매튜 크로포드는 그 모든 지위와 혜택을 포기하고 모터사이클 정비사로 변신하면서 진정한 노동의 의미와 가치를 깨닫게 된다.

그는 이처럼 직접 손과 몸을 쓰며 사는 것이 우리 삶을 얼마나 풍요롭고 의미있게 만드는지에 대한 내용을 한권의 책에 담아 펴냈다.

현대사회는 손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손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더 자유롭게 되고, 더 자유롭기 때문에 더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수도꼭지에 손댈 필요도 없이 적외선 수도꼭지 밑에서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보이지 않는 힘에게 물을 달라고 간청하면 된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묻는다. “그렇다면 이것은 우리에게 진정 자유를 주고 있는 것인가?”

21세기의 현대인이 그 어느 때보다 무기력해지고 공허함을 느끼는 이유는 이처럼 정보화와 디지털화 덕분에 만질 수 없는 시스템에 갇혀 세상과 맞닿은 생생한 접촉과 앎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키보드 위에 갇힌 삶에서 벗어나 인터넷, 스마트폰을 끄고 자신의 몸과 손을 써서 직접 무언가를 시작하는 순간 우리의 생각은 훨씬 창의적이 되고 또한 이 세상과 보다 더 풍부하고 지적인 교류를 시작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손노동을 통해 세상에 자신을 구체적으로 표출하는 만족감을 느끼면 사람이 차분하고 느긋해진다.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자질구레한 설명을 구구절절할 필요도 없다.

작업의 결과를 바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그저 자신이 만든 물건, 자신이 고친 자동차, 자신이 가꾼 농작물 등을 가리키기만 하면 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터넷만으로는 못을 박을 수 없다고 말한다. 또한 노동자로서 우리는 손쉽게 다운로드 될 수 없는 지식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인다.

모든 것이 정보화되고 디지털화돼가는 세상에서 자신의 손과 몸의 경험을 통해 암묵적으로 축적된 자신만의 감각적인 지식을 가지는 것이 곧 경쟁력이 된다고 책을 통해 밝힌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을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인간에게 남은 건 손기술 뿐이라는 저자의 조언은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민경화기자 mkh@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