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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 실상 풀어내는 아버지·딸… 바람 담다

日 ‘이노우에 히사시’ 첫 번역
위트있는 대사 속 웃음 묻어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3년 후 히로시마.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미쓰에는 하나 뿐인 혈육인 아버지 다케조를 원폭으로 잃고,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미쓰에는 도서관으로 원폭 자료를 찾으러 온 기노시타를 만나고 두 사람은 서로 호감을 느낀다.

하지만 미쓰에는 자신이 행복해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기노시타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를 보다 못한 다케조의 유령이 나타나 ‘사랑의 응원단장’을 자처하며 딸 미쓰에의 죄책감을 덜어주고 마음을 돌리려 노력한다.

일본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극작가 이노우에 히사시의 희곡이 처음으로 번역돼 세상에 나왔다.

평생 반전과 반핵을 외쳤던 이노우에 히사시는 희곡과 소설 등 작품 속에서 일관되게 일본의 전쟁 책임을 지적하는가 하면, 평화헌법 수호를 위한 시민단체를 이끌기도 했다.

그가 투철한 반전주의자가 된 데는 어린 시절 태평양전쟁(제2차 세계대전)으로 극심한 가난을 겪은 것과 함께 1962년 방송작가 시절 취재차 히로시마를 방문했다가 원폭의 참상에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원폭 피해를 입었다는 점에서 가해국이 아닌 피해국으로 스스로를 인식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노우에는 “일본은 전쟁을 일으킨 가해국으로서 국민 모두가 책임이 있다. 다만 수많은 국민을 희생시킨 원폭의 경우 종전을 지연시킨 천황과 지배층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아버지와 살면’은 원폭의 실상을 풀어내는 아버지, 딸의 이야기를 통해 그날의 실상이 후세에 전달되기를 바라는 이노우에 히사시의 간절한 바람을 담아냈다.

작품속 등장하는 원폭의 현실은 참혹하지만 이노우에 히사시의 손을 거쳐 책속에 담긴 참상은 우울하지만은 않다.

그만의 위트 있는 대사 속에서 인간이 마땅히 누려야 할 행복과 사랑 웃음을 그야말로 웃음으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극을 희극으로 만드는 작가, 이노우에 히사시의 진면목을 ‘아버지와 살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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