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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횡단보도

 

횡단보도

/이훤

오늘도
쏟아지는 비는 피아노를 치네

보도를 때리고 깨끗한 선율 튕기며

수없이 연주되는 흑과 백, 같은 표정은 없었네

종일 건반 위를 횡단하면서
자신이 음계가 되는 줄
모르는 사람들

듣게 될까

다 다른 걸음의 연주처럼
너와 나 얼마큼 고유한 노래인지

- 시집 ‘너는 내가 버리지 못한 유일한 문장이다’


 

 

 

횡단보도가 피아노라니. 횡단보도를 얼룩말이라고 표현한 시를 읽은 적은 있으나 건반으로 표현한 시는 처음 읽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시각적으로 보아도 얼핏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러나 시인은 단순히 횡단보도를 피아노 건반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횡단보도에 내리는 빗줄기까지 시의 질료로 쓰고 있다. 그러므로 고정된 건반 위를 지나는 모든 것들에게 고유의 음계를 지닌 어떤 절대적인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자신은 분명 어떤 음가(音價)가 있는데도 그걸 모르고 사는 우리는 모든 것을 헛되이 지나치고 마는 것이 아닐까. 그러므로 횡단보도는 단순한 어떤 줄이 아닌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생업의 걸음으로 어떤 이에게는 만남, 또는 헤어짐의 걸음으로 때로는 탄생이나 죽음의 걸음으로 이어질 것이다. 횡단보도를 지나는 나는 지금 어떤 음계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이정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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