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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착한 습관 마일리지 쌓기

 

‘어, 빨간 불이네, 어쩌지?’

‘에이, 안 되겠다. 오는 차도 없고 원래 빨간 불에도 유턴을 하긴 하니까.’

‘그래, 지각을 할 순 없지. 일단 가보자’

가뿐하게 핸들을 돌리고 돌아서는 순간 경고등 화려한 경찰차 한 대가 대기 중이었다.

‘지금 당신은 신호위반을 하셨습니다.’

‘벌점 15점이 부과되고 범칙금 60,000원이 부과됩니다.’

‘아, 네. 죄송합니다.’

며칠 전 내 일생일대의 첫 벌점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벌점의 경험이 없었던 나는 학교 다닐 때 교칙을 안 지키면 주는 단순한 혼내기 정도로 착각하고 퇴근시간에 친구에게 ‘오늘 나, 벌점 받았어.’라며 떠들었다. ‘너, 이제 큰일났어.’라며 시작한 친구의 그 몇 마디 말에 아뿔싸, 마침내 나는 벌점의 위력을 깨닫기 시작했다. 스쿨존에서의 벌점은 30점, 누적 벌점이 40점이 넘으면 운전면허 정지를 받는다고 했다. 더하여 더 큰 벌점 누적에는 면허취소까지 갈 수도 있다는 사실 등등. 집으로 돌아온 나는 결국 밤이 늦도록 운전과 관계된 벌점과 범칙금에 대한 공부를 하고 규범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자기반성과 착한운전을 실천하겠다는 나와의 약속을 지켜내기 위해 인터넷으로 착한운전 마일리지 제도를 신청하고서야 잠을 청할 수 있었다.

횡단보도 앞에 서서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면 오른 손을 번쩍 들고 왼쪽으로 자동차가 오는지 보면서 비로소 발을 떼기 시작하는 노란 병아리 닮은 유치원 아이들을 본 적이 있다. 누구나 처음의 그 마음을 놓아버리지 않는다면 결코 우리사회의 질서는 무너지지 않을 텐데…. 급하다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는, 이번 한 번만 등등의 현실 앞에서 질서는 여지없이 무너질 때가 있다. 남을 배려하기보다 내가 급하니까, 남을 생각하기보다 내 입장이 어쩔 수 없으니까 등등의 이기적인 이유로 무너지는 질서. 그와 달리 질서를 지킨다는 건 지극히 이타적인 생각에서 나오는 행위가 아닐까 싶다. 나보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내가 질서를 지키지 않아 빚어질 결과까지 추론할 줄 아는 마음. 그런 준법정신은 어쩌면 급히 배워지는 것이 아니라 어려서부터 서서히 쌓아 온 의식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마치 평소에 잘 닦아 놓은 착한 습관에서 나오는 마일리지처럼.

항상 들고 다니는 가방에 까만 봉투를 넣고 다니던 친구.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를 그냥 두고 갈 수가 없어서 줍기 시작한 그 버릇 때문에 갖게 된 습관이라며 멋쩍게 웃던. 그 친구야말로 습관처럼 착한 마일리지를 잘 쌓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베란다 창문으로 훤하게 보이는 사거리. ‘거리의 수많은 운전자들이 나름대로 착한운전 마일리지를 쌓고 있기에 오늘도 창문 밖 세상은 저렇게 평화롭구나.’ 라는 생각에 이르자 다시 한 번 얼굴이 붉어졌다. 비록 벌점 때문에 얻게 된 교훈이지만 지금부터라도 착한운전 마일리지, 착한습관 마일리지 차곡차곡 쌓아 결코 벌점을 받는 일, 나로 인해 사회질서가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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