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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칼럼]마지막 벼락맞을 확률을 좇는 셈법

 

미국 복권 추첨 사상 1인 당첨금으로 역대 최고액인 7억5870만 달러(8천548억 원)를 거머쥔 50대 여성이 “직장 동료들에게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미국 전역에서 판매된 복권은 800억 달러(90조 5000억원)에 달하며, 이는 영화, 음악 공연, 스포츠 경기 티켓 발권액을 모두 더한 것보다 많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파워볼 추첨은 로또와 방식이 비슷하다. 1부터 69까지 숫자가 적힌 흰색 볼 가운데 5개를 뽑고 마지막 여섯 번째는 빨간색 파워볼 26개 중 하나를 뽑는 방식이다. 1등 당첨 확률은 2억9천200만 분의 1로 8번 연속 벼락에 맞을 확률과 맞먹는다. 갑자기 많은 돈이 들어오는 것을 꿈꾸며 성공할 수 있다고 믿고 도전하지만 그리 쉽게 나한테 떨어지는 로또는 없다. 그래도 오늘도 일확천금의 꿈을 꾸며 로또를 하는 이유인 것이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지난해 복권에 대한 국민인식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71.1%가 복권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2015년 68.1%보다 3%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국민 10명 중 4명은 복권이 복권기금을 통해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것을 긍정적 이유로 꼽았다.

그런데 불황의 여파를 타고 복권 중독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이로 인한 각종 불미스러운 사건 사고도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 7월 고객 예탁금 87억 원을 빼돌린 새마을금고 지점장 김씨의 경우, 무려 40억 원을 복권 구매에 탕진한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하루에도 1000만 원이 넘게 복권을 구매한 ‘복권 중독자’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복권이란 일말의 행운을 기대하는 가벼운 투전 행위다. 때문에 당첨이 되지 않더라도 아쉬운 정도에 그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하지만 복권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사람들은 도박 목적으로 많은 복권을 구입하게 되고 그 결과로 부작용을 낳는다. 과도한 부채 발생, 가정 파탄, 비정상적인 직장생활은 물론 불법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위험성마저 있다.

이처럼 정상적인 복권 구매를 넘어서 많은 돈과 시간을 낭비해 일상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상태를 ‘복권중독현상’이라고 한다. 복권 중독자들이 증가하는 이유는 다른 사행성 업종과 달리 복권은 접근하기 쉽고 구입 금액에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한방을 노리는 이들일수록 도박에는 쉽게 빠져든다. ‘타짜’라는 영화에서 볼 수 있듯이 도박이라는 것은 처음에는 운이 좋은 듯이 돈을 따다가 결국에는 모두 잃게 된다.

실제로 복권으로 인한 자살 사건은 지난해 경기 불황이 심화된 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로또 복권 당첨 발표 날 ‘복권중독자’ A씨가 모텔 창문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숨지기 사흘 전 모텔 근처 복권가게에서 로또 복권 270만원 어치를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달 16일에는 중국집 종업원 B씨가 수원시 매교동 자택에서 넥타이에 매달려 있는 것을 부인이 발견해 신고했다. B씨는 7개월에 걸쳐 매달 400여만 원씩 총 3000만 원을 복권 구입에 쏟아 부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복권 판매액은 총 643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754억 원에 비해 11.8% 증가했다. 특히 온라인복권 회차당 판매금액은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414억 원이었던 것에 비해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9월 이후부터는 438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러한 판매액 증가 원인은 경기 불황의 특성에 따라 일반 국민들의 복권에 대한 기대 심리가 작용한 탓도 있지만 경마, 경륜 등에 비해 복권 접근이 용이하고 구입 단가가 낮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복권은 다른 어느 도박보다 충동적 구매 심리가 크다. 이는 당첨금의 가변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고 심한 복권중독자의 경우 잃은 돈에 대한 보상 심리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자기의 능력을 살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땀흘려 일을 해 번 돈과 인생역전을 노리고 도박 등을 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값어치이다. 도박은 인생역전이 아닌 패가망신으로 죽음에 이를 확률이 더 높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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