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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병충해 예방

 

푸른 것들의 천국이다. 푸르다 못해 짙푸른 것들로 산천이 빼곡하다. 뜨겁게 달궈진 태양아래 품은 씨앗을 익히느라 분주하다. 오랜 가뭄에 시달렸던 초목들 서둘러 씨앗을 품었다. 곳곳의 강아지풀만 보아도 가느다란 줄기에 씨앗을 주렁주렁 매달고 바람을 흔드는 모습이 보기 좋다.

올해는 식물들에겐 힘겨운 해다. 오랜 가뭄에 거목들조차 견디지 못하고 말라죽는가 하면 풀도 제초제를 먹은 것처럼 끝부터 말라들었다. 가뭄 막바지에는 가로수에 물을 주는 것을 보았는 데 끝내 피해를 본 것을 보면 혹독한 가뭄이었다. 가뭄 끝에 시작한 장마와 지속되는 비 피해 또한 만만찮다. 가뭄 끝에 내린 비가 그 어느 때보다 반가웠는 데 하늘이 수문을 열었는지 시도 때도 없이 비가 내리고 집중호우다.

환경파괴로 오는 재앙인지 구름이 부리는 재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예측불허의 하늘일 때가 많다. 맑은 하늘에서 천둥번개가 치고 이내 무서울 정도로 소나기를 쏟아내고는 또 말간 표정의 하늘이 된다.

고온다습한 기후로 인해 푸른 것들이 힘을 내었고 벌레들 또한 기승이다. 거리에 나서보면 잎이 다 갉아 먹힌 채 벌레집만 허옇게 있는 나무를 자주 보게 된다. 뽕나무 등 잎이 부드러운 활엽수의 피해가 큰 것 같다. 송충이가 있는 곳은 잎은 하나도 없고 줄기만 앙상하다.

우리 집 인근에 공원이 생겼다. 저수지를 끼고 산책로와 적당한 쉼터가 마련되어 있어 이용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유산소 운동을 하다가 벤치에 앉아 바라보는 거리의 풍경이 흥미롭기도 하고 수면을 차고 튀어 오르는 물고기를 상상하는 일도 즐거워 나도 이곳을 자주 찾는다.

그런데 며칠 째 벤치에 앉기가 두렵고 불편하다. 까맣게 쏟아진 분비물과 슬금슬금 기어 다니는 송충이가 소름을 돋게 한다. 올려다보니 나무의 절반을 갉아먹었다. 아니 지금도 먹히고 있다. 몇 그루의 나무가 피해를 당했다.

공원 입구에는 병충해 예방을 위해 소독을 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던 데 소독은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관리가 잘 된다는 공원도 이러할 진데 가로수나 거리에 인접한 나무들의 피해는 오죽하겠는가. 저 벌레들이 알을 품고 동면하고 깨어난 후를 생각하면 끔찍하다.

올해는 유난히 병충해가 심하다고 한다. 가뭄과 고온에 움츠리고 있던 벌레가 서둘러 활동을 시작하고 집을 만드는 모양이다. 들에 나가봐도 형편은 다르지 않다. 채마밭에 들어서면 모기가 벌떼처럼 달려든다. 밭에 들어갔다 나오면 온 몸이 모기의 습격으로 속수무책이다.

엊그제 참깨를 베었다. 발아부터 시원찮아 파종을 세 번이나 했는데 작년보다 형편없다. 큰 아이가 깨 베는 일을 돕겠다고 나섰는 데 부자간이 얼마나 물것에 당했는지 군데군데 부풀어 오른 상처가 회복되지 않아 급기야 병원에서 처방을 받았다.

농사가 본업이 아니니 흉내만 내는 수준이지만 할수록 어렵고 힘든 것이 식물을 가꾸는 일이다. 농부의 노력과 하늘의 도움이 필요하고 조금만 게으름을 피우거나 손길이 닿지 않으면 영락없이 표시를 내는 것이 농사다.

병충해 예방이 특히 그러하다. 농약을 좀 줄이자 싶어 참으면 어디서 그렇게 생기는지 벌레들의 천국이다. 고온다습한 요즘, 현명한 대처로 병충해로부터 피해를 줄이고 건강을 지키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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