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경기시론]사법정의와 사법권의 독립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던 한명숙 전 총리가 지난 23일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을 앞두고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현금과 수표, 달러 등 모두 9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2010년 7월 기소되었다. 1심에서는 무죄, 2심에서는 유죄로 판단되었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어 지난 2015년 8월 수감되었다. 판결 이후 한 전 총리는 “억울하지만 대법원 판결을 따르겠다”고 했지만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온당치 않은 판결’이라며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한 바 있다. 이번 출소 이후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이명박 정권의 정치보복’으로 ‘억울한 옥살이’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부 정치검찰의 무리한 기소는 검찰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반증”이라면서 “한명숙 총리에 대한 2번째 재판은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와 더불어 잘못된 재판이라는 점을 만천하에 보여준 사건”이라고 했다. 또 “정치탄압을 기획하고 검찰권을 남용하며 정권에 부화뇌동한 관련자들은 청산되어야 할 적폐세력”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러한 표현들의 반면교사여야 할 사건이 있었다.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된 것이다.

사법정의는 정치적 관점을 배제하고 보아야

이 부회장에 대한 5가지 혐의 중 가장 중요한 쟁점은 삼성 측이 제공한 금품이 뇌물인가인 데, 정유라를 위한 88억 원의 승마지원은 실질적으로 최순실에 대한 지원이고, 이게 곧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금품공여로 판단되었다. 한 전 총리 사건에서 금품수수 여부가 쟁점이었다면, 이 사건에서는 금품수수의 의미와 성격이 문제되었다. 이 부회장이 명시적으로 청탁하지는 않았지만 “삼성이 경제정책에 대해 막강한 권한을 가진 대통령에게 (경영 승계 과정의) 도움을 기대하고 거액 뇌물을 제공한 사건”으로 규정되었다. 다만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 원에 대해선 “청와대가 전경련을 통해 결정한 것에 대해 수동적으로 응한 것”이라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사건으로 5년의 형량이 적다는 의견과 삼성이 우리 경제에 기여한 바에 비추어 과하다는 반응이 동시에 나왔다. 여·야 정당들도 조금씩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이 두 사건은 모두 정권 핵심부와 관련된 사건으로, 정권교체 이후에 이루어진 재판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다양한 정치적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물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누구든지 재판결과에 대하여 비판하고 의견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치적 판단과 사법부의 판단은 다르다는 점이다. 사법정의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변할 수 없으며 정치에 초연할 때 확보되는 것이다.

법원의 판단에 여·야, 국민 모두 무조건 승복해야

헌법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선언한다. 여기서 ‘독립’은 다른 국가기관들뿐 아니라 법을 판단하는 전문가로서 여론에도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극단적으로 여론에 따르면 북한식 ‘인민재판’으로 변질될 수 있다. 국민의 법감정을 고려하되 법 논리와 원칙의 범위 안에서 판단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특정 판결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는 무시해도 좋다. 어차피 동일 사건에 대해 여·야는 대부분 정반대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교체를 가져온 이번 일련의 사건들 중 핵심이랄 수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이 남아있다. 이 재판도 ‘정치적 사법’인 탄핵심판과도 다른, 순수한 사법적 판단이 필요하다. 형사재판에서 미리 어떤 결론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은 아마추어리즘이다. 전문적인 법적 잣대로 판단되어야 나중에 정권이 바뀌어도 재심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그래야 현대 민주주의에서 강조되는 절차적 정의를 담보하는 것이 되고, 국민과 정치권 모두 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러려면 사법부의 독립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번에 대법원장으로 지명된 김명수 후보자는 현 대법원장보다 13기수나 낮고 현 대법관 중 9명이 선배이며 대법관 경력이 없고, 진보성향 판사모임인 우리법연구회 경력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사법부의 독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사법부 개혁을 이루려면 참 많은 고비를 넘어야 할 것 같다.

 









COVER STORY